[ST 분석] '토큰증권(ST)' 시대 열린다···자산시장 '게임체인저' 될까

금융위,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 가이드라인 공개
증권사 & 블록체인 기업, 시장 선점 '합종연횡' 분주
시간 걸리지만 디지털자산 시장 급팽창 기대감 분출

임지연 승인 2023.03.06 10:29 | 최종 수정 2023.04.16 17:46 의견 0

'토큰증권'이 국내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5일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화 한 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토큰 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발표가 나온지 한달 가까이 지나면서 내년에 등장할 토큰증권의 구체적인 형태와 파급 효과에 시장의 관심이 온통 쏠리고 있다. 물론 블록체인이라는 수평적 기술에 기반한 토큰 시스템을 기존의 수직적 규제 칸막이 내 증권 체제에 편입시켜 제도화의 기반을 마련한 것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증권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토큰증권을 둘러싼 이슈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시리즈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ST는 증권화된 토큰(Securitized Token)이 아니라 토큰화된 증권, 즉 토큰 증권(Tokenized security)이다!'

지난달 5일 금융위원회가 밝힌 토큰증권(ST) 발행 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증권화된 토큰(ST)를 토큰이 아닌, 증권의 일종으로 보고 규제관리하겠다는 당국의 의지 표명인 셈이다.

그동안 미술품이든, 부동산이든, 음악저작권이든 조각 형태로 발행된 토큰에 대해 한국형 '토큰증권'으로 규정, 제도권 수용의 길을 열였다는 점에선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거래되고 있는 디지털 자산을 국내 규제의 울타리 안에 묶었다는 점에서 또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증권업계나 블록체인 업계 모두 토큰 증권 시장이 단시일 내 급성장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관련 법의 제정은 물론이거니와, 유동성 공급,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및 새로운 표준 제정 등에 상당한 공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주식과 채권 이외에 새로운 투자 및 거래 시장이 생긴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모든 자산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웹 3.0시대의 트렌드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토큰 증권이 디지털 자산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온다.

먼저 금융위 발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앞으로 실물자산 소유권을 소액으로 쪼개 매매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조각 투자를 토큰증권이라는 개념을 씌워, 제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이 당국의 목표다.

금융위가 토큰증권 발행 & 유통 규율체계라는 이름으로 공개한 내용은 크게 세가지로 △토큰증권을 전자증권법상 증권 발행 형태로 제도권에 수용 △직접 토큰증권을 등록, 관리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신설 △투자계약증권 및 수익증권에 대한 장외거래중개업 신설 등이다.

우선 분산원장 기술을, 증권을 전자화 하는 방식 중 하나로 정식 인정하기로 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탈중앙화 된 분산원장에 기반해 발행된 증권은 금융회사가 중앙 집권적으로 등록 관리하는 기존 전자 증권과 구별, 토큰증권이란 명칭을 붙였다.

다시 말해 토큰증권이란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Digitalization)한 것이며, 기존 자본시장법에 의해 규율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행 전자 증권은 증권사를 통해서만 증권을 전자 등록할 수 있지만, 앞으로 토큰 증권 도입시 발행인이 일정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증권을 직접 발행해 등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제도를 신설한다.

구체적 요건은 △분산원장 요건을 충족할 것 △법조인, 증권사무 전문인력, 전산 전문인력 각 2인 등 인력요건을 갖출 것 △투자계약증권 발행량에 비례한 기금 적립 등 손해배상 요건을 갖출 것 △최초 발행, 발행수량 변동, 일정 주기 시 암호화된 명세를 전자등록기관(예탁결제원)에 통보할 것(필요시 예탹원이 비교 검증) △자기자본, 물적 설비, 대주주, 임원 요건을 갖출 것(이 항목은 의견수렴을 거쳐 추후 확정할 예정) 등이다.

이수영 금융위 과장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발행인의 토큰증권 발행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며 기존 전자 증권과 동일하게 증권사 등을 통해서도 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발행 형태가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형태여서 기존 주식·채권 등 증권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증권성'이 있다면 정부로부터 인·허가를 받은 거래소에서 거래해야 하며, 투자자를 위한 공시와 보호 의무 등도 마땅히 지켜야 한다.

시세 조종, 가격 조작, 불공정 내부거래 등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처벌하는 모든 규제도 역시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과장은 "기존에 발행·유통되는 조각투자 상품 등 디지털 자산도 증권성이 있다면 모두 자본시장법상 증권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며 "이번 STO 허용과 가이드라인은 증권 여부 판단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소화, 법 위반 가능성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처럼 증권에 속하지 않는 비증권성 디지털자산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따라 별도의 규율 체계가 마련된다.

이에 따라 주목되는 건 토큰증권의 '증권성 판단 원칙'이다. 이는 지난해 4월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증권성 판단 원칙과 기본적으로 같다.

당국이 제시한 '증권성' 판단기준 적용례를 보면 △사업 운영에 대한 지분권을 갖거나 사업의 운영 성과에 따른 배당권 또는 잔여 재산에 대한 분배청구권을 갖게 되는 경우 △발행인이 투자자에게 사업 성과에 따라 발생한 수익을 귀속시키는 경우 △투자자에게 지급되는 금전 등이 형식적으로는 투자자 활동의 대가 형태를 가지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업 수익을 분배하는 것에 해당하는 경우 등이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되, 발행된 토큰증권이 '증권'인지 여부는 개별 사안별로 심사해 판단한다.

명시적 계약‧약관‧백서의 내용 외에도 묵시적 계약, 스마트계약에 구현된 계약의 체결 및 집행, 수익배분 내용, 투자를 받기 위해 제시한 광고‧권유의 내용, 여타 약정 등이 모두 고려 대상이다.

다만 이같은 적용례를 통해 증권의 개념이 확대·축소되거나 토큰 형태에만 적용되는 새로운 증권 개념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인의 자율적 판단을 지원하기 위한 지침일 뿐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수영 과장은 "디지털자산이라는 형태적 특성을 고려해 투자계약증권의 각 요건에 대한 설명을 추가 보완하고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에 대한 예시를 추가했다"며 "향후에도 증권 여부 판단에 대한 적용례 및 판례 등이 축적될 경우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에 반영해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물론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된 '토큰증권'을 발행, 유통할 경우 규제를 준수할 책임도 당사자가 지게 된다. 해외에서 발행된 토큰증권이라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권유하는 등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 역시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게 된다.

자본시장법을 의도적으로 우회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증권 규제의 취지와 투자자 보호 필요성 등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수영 과장은 "현재 국내에서 공모 발행되었거나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는 디지털자산이 증권으로 판명될 경우, 발행인 등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제재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토큰 증권 유통을 위한 '장외거래중개업'도 신설한다.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비금전 신탁)의 다자간 거래를 매매체결할 수 있는 장외거래중개업의 인가를 신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액으로 발행된 다양한 토큰 증권이 거래될 수 있는 소규모 장외 유통 플랫폼 출현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토큰증권을 대규모로 거래할 수 있는 상장 시장인 '디지털 증권시장'도 한국거래소에 시범 개설한다.

금융위는 장외거래중개업자가 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기자본 및 물적, 인적, 대주주, 임원 등의 요건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거래종목 진입·퇴출, 투자자 정보 제공, 불량회원 제재, 이상거래 적출 등에 대한 업무 기준도 마련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해 상충을 방지하기 위한 발행과 유통(시장 운영) 분리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발행·인수·주선 한 증권은 유통할 수 없고, 자기계약도 금지된다.

또 공시 예외가 적용되는 소규모 유통시장이므로 일반투자자에 대해서는 투자한도를 제한할 계획이다.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의 상장시장은 다른 증권과 동일하게 자본시장법상 거래소 허가를 받은 자가 운영할 수 있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요건과 중요정보 공시 등을 적용하되, 시장 특성을 감안해 기존 시장보다 완화된 수준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수영 과장은 "상장시장은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하고 거래규모가 큰 시장"이라면서 "분산원장의 처리속도에 한계가 있으므로 상장시에는 기존 전자 증권으로 전환하고 현행 매매‧청산‧결제 인프라를 동일하게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과 장외거래중개업 신설 등 토큰증권 허용을 위한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올 상반기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법 개정 이전이라도 혁신성이 인정되면,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이나 수익증권의 발행·유통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했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내년부터 '한국형 토큰 증권'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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