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SVB, 폭락사태 하루 만에 파산…美 역사상 2위 규모
“급격한 금리 인상 힘들듯”?vs“대부분 은행 건전성 문제 없어”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11 23:00 | 최종 수정 2023.03.13 02:37 의견 0

미국에서 16번째 규모의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10일(현지 시각) 파산했다. 이 사태가 향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매체들은 11일(한국 시간) SVB 파산 이후 미국 은행업계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경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SVB의 파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이며 미국 역사상 두 번째 규모다.

실리콘밸리은행 홈페이지 캡처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둔 SVB는 지난 1983년 설립돼 캘리포니아주와 매사추세츠주에서 17개 지점을 보유한 신생 기술기업 전문은행으로, 미국 서부 스타트업들의 돈줄 역할을 해 왔다.

이 은행의 파산은 위기경보가 수면 위로 부상한 지 불과 이틀 만에 결정됐다.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들의 예금이 줄어들면서 대부분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어쩔 수 없이 매각했다. 과거 비싸게 샀던 채권을 낮은 가격에 팔아야 했다.

1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는 발표가 나오자 부도 위기에 몰렸다.

SVB의 주가는 채권 매각 발표 직후 60% 이상 폭락하고 '빨리 자금을 빼라'는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경고까지 나오면서 예금 인출이 가속했다.

SVB는 22억 5000만 달러의 증자 계획이 무산되자 회사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금융 당국은 빠르게 칼을 빼들었다.

SVB 사태로 이날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의 주가가 장중 20% 이상 폭락하는 등 월가가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다. 일반 은행들이 기술 분야 스타트업에 특화된 SVB처럼 갑작스러운 인출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편 연준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열어 금리 인상 수준을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0.25%포인트를 인상했지만 '빅스텝'(0.5%포인트 인상)으로 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준은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에서 4.75%까지 급격히 올렸다.

이는 은행 자산 건전성을 악화시켰다.

은행 입장에선 금리인상 속도에 맞춰 기존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어렵고 기준금리 상승으로 은행이 보유한 국채 가치가 떨어져 현금화를 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봐야 한다. 특히 SVB는 타격이 큰 IT 분야 기업들에 대출이 많아 부실 자산이 커졌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FOMC가 다시 급격한 인상을 선택하기란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연준의 통화정책은 SVB 파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전체 은행이 아닌 개별 은행이란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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