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포스코에 밀려 재계 순위 6위로 한 단계 하락

에코프로·편의점CU·SM엔터도 대기업
쿠팡, '총수 없는 기업집단' 유지
공정위, '2023년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 발표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4.25 22:38 의견 0

롯데그룹이 포스코에 밀려 자산 기준으로 13년 만에 재계 6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선두에 올라선 에코프로그룹 등이 대기업집단에 처음 진입했다.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전체 계열사는 3000개를 넘어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2023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공개하고 다음달 1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 제공

자산 5조원 이상(지난해 말 기준)의 공시집단은 82개로 지난해보다 6개 늘었다. 이 집단에 소속된 회사는 총 3076개로 지난해보다 190개 늘어 처음으로 3000개를 돌파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된 집단 8개는 LG에서 분리된 LX와 에코프로, 고려에이치씨, 글로벌세아, DN, 한솔, 삼표, BGF(CU 편의점)이며, 제외된 집단(2개)은 현대해상화재보험과 일진이다.

자산 상위 5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순이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5위였던 롯데(자산 129조 6570억 원)가 올해 6위로 내려앉았다. 1~4위는 삼성(486조 4010억 원), SK(327조 540억 원), 현대차(270조 8060억 원), LG(171조 2440억 원)로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6위였던 포스코(132조 660억 원)가 5위로 올랐다. 포스코는 공기업에서 출발해 민영화된 기업으로,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이다. 지난해에는 SK가 현대차를 앞질렀다.

공정위는 "포스코는 물적분할 이후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한 포스코 주식 가치 약 30조원이 자산으로 추가 산정돼 자산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명목상 자산이 늘었지만 포스코의 실질 자산이 크게 변화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공정위 제공

LX그룹의 부상이 눈에 띈다.

올해 5월로 출범 3년차를 맞는 LX그룹은 자산 총액이 11조 2734억원(2022년 기준)으로 기업집단 내 순위는 44위를 기록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기업집단 LX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KG는 쌍용자동차와 그 자회사를 인수해 자산총액 기준 순위가 크게 상향(71위→55위)됐다.

반면 롯데가 일진의 일진머티리얼1즈㈜ 등 8개사를 인수해 기존 공시대상기업집단인 일진(2조 8000억원)은 제외됐다. 또 진행 중인 한진-금호아시아나, 한화-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이 마무리되면 금호아시아나와 대우조선해양도 지정에서 제외된다.

미국 국적의 쿠팡Inc 이사회 김범석 의장은 올해도 공시 의무 등이 부과되는 대규모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했다.

쿠팡의 동일인은 쿠팡㈜으로, 총수 없는 기업 지위를 유지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2021년 처음 대기업집단에 진입한 이래로 현행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등장했고 외국 국적의 동일인 2세 등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돼 외국인 동일인 지정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다만 통상 마찰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는 자산이 4조 8000억원으로 기준에 약간 못 미쳐 공시집단 지정을 피했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48개 집단(소속회사 2169개)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집단은 LX, 장금상선, 쿠팡이며 지정 제외된 집단은 교보생명보험, 두나무다.

인수·합병(M&A)에 따라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된 SM엔터테인먼트도 상출집단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카카오는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함으로써 계열회사 수 및 자산총액이 크게 증가(25개, 1조8000억원)했다.

상출집단은 공시집단에 적용되는 공시 의무·사익편취 금지 규제에 더해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규제를 받는다.

연속 지정집단(74개) 중 올해 동일인이 변경된 집단은 DL(대림)이 유일하다.

공정위는 지정 절차 개시 이전에 진행된 동일인 확인 절차에서 이해욱 DL 회장이 DL, 대림 등 주요 계열회사에 대한 회장 취임 후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으며 최상단 회사인 대림의 최다출자자(52.26%)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준용 DL 명예회장(종전 동일인)에서 이해욱 회장(이준용 명예회장의 아들)으로 지배력이 이전됐다고 판단했다.

올해 처음으로 기업집단 측에 지정자료 제출을 요청해 동일인, 배우자, 동일인 2세의 국적 현황을 파악한 결과, OCI의 총수인 이우현 부회장이 미국인인 사실이 확인됐다.

SK와 SM(삼라마이다스) 등 동일인이 인지한 혼인 외 출생자가 있는 기업집단의 경우, 그 생모가 새롭게 동일인 친족에 포함됐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내년부터는 '자산 10조원 이상'이 아닌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집단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시집단 기준도 상향하거나 GDP에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연구용역 결과는 9월 나온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현행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과 유사하게 GDP에 연동하는 방안 그리고 자산 기준 금액을 조정하는 방안 등 여러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는데 현재의 경제 상황에 적합한 지정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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