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이인규 전 중수부장, '(노무현) 논두렁 시계 다툼 여지 없어' 주장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출판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17 15:48 | 최종 수정 2023.03.17 15:58 의견 0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중수부장실 면담에서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좌파 진영에서는 '논두렁 시계'란 말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17일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조갑제닷컴 출간)를 펴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비리사건들이 포함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다가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 후 2009년 5월 23일 서거하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그는 책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사의 진실을 알면서도 회고록 ‘운명’에서 과거에 했던 말을 뒤집고, 사실을 왜곡해 검찰 수사를 폄훼했다고 폭로했다. 문 전 대통령이 저지른 비리의 실체는 은폐하고 검찰을 악마화하는 전략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는 이 결과 인터넷 공간에는 노 전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에 수많은 억측과 허위사실이 진실인 것처럼 떠돌게 됐고, 이러한 거짓을 바로잡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이 전 부장은 저서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책임을 당시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 탓으로 돌렸다. 이것이 그의 죽음을 막지 못한 한 원인이라는 말이다.

문 변호사가 수사 책임자인 자신은 물론 수사팀 누구에게도 연락하거나 찾아온 적이 없었고, 수사 내용을 파악해 수사방향을 조율한 적도 없으며. 노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고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 한 장 제출한 적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제대로 된 변호 전략도 없이 검찰을 비난하고 막무가내로 범죄를 부인하기만 했다”며 “솔직한 검찰의 입장을 묻고 증거관계에 대한 대화를 통해 사실을 정리해 나갔더라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지 말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직전 1주일 동안 노 전 대통령을 찾지도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권양숙 여사가 고 박연차 회장에게 피아제 남녀 시계 세트 2개(시가 2억 550만원)를 받은 사실은 다툼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세간에서의 논란과 달리 받았다는 말이다.

그는 2007년 6월 29일 권 여사가 청와대에서 정상문 당시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 100만 달러, 그해 9월 22일 추가로 40만 달러를 받은 사실도 인정된다고 주장했다.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와 공모해 아들 노건호씨 미국 주택 구입 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검찰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해 유죄를 받아낼 수 있는 충분한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했다.

저서에서 이 전 부장은 2009년 4월 30일 중수부 조사실에서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이 대면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두 사람의 진술이 차이가 있어 대질 조사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한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을 만나게라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조사실에서 박 회장은 “대통령님, 우짤라고 이러십니까”라고 했고, 노 전 대통령은 “고생이 많습니다. 저도 감옥 가게 생겼어요. 감옥 가면 통방(이웃 감방 수감자와 소통함)합시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100만달러 수수에 대해선 “저나 저의 가족이 미국에 집을 사면 조‧중‧동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부인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피아제 명품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게 어떠냐”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했고 이 전 부장은 “수사에 간섭하지 말라”고 거부했다고 한다.

이 책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 피의 사실을 공개했다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했다 ▲망신 주려고 ‘논두렁 시계’ 의혹을 지어냈다 ▲신문(訊問)을 직접 담당한 우병우 중수1과장이 모욕했다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편 저자 이인규(李仁圭) 씨는 1958년 1월 경기 용인 출생으로 서울 경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14기)을 수료하고 1985년 서울지검에서 검사의 길을 걸었다.

이어 대검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 법무부 검찰국 검찰4과장, 검찰1과장, 대전고검 차장검사(2007년 검사장 승진),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을 거쳤다.

그는 2009년 1월 중앙수사부장에 임명돼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이 극단 선택을 한 직후 ‘박연차 게이트’수사를 마무리하고 2009년 7월 검찰을 떠났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