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사진] 한라산 백록담의 가을 풍경

임지연 승인 2023.09.17 20:59 | 최종 수정 2023.09.17 21:28 의견 0

'겹행운'이란 이런 것일까? 섬에는 비가 내렸지만, 산정에는 뜻밖에도 청명한 가을하늘이 호수를 훤히 비추었고, 때때로 바닥을 드러내던 백록담은 그런대로 물을 품고 있었다.

해발 1,950m 한라산 꼭대기의 기상(氣象)은 하루에도 수십차례씩 바뀐다. 예측불허를 넘어 신령스러움마저 자아낸다.

그러니 날씨가 나쁘면 운해(雲海)와 안개에 뒤덮혀 백록담의 코빼기도 구경하기 어렵고, 날씨가 좋아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맑은 하늘로 생각하고 올랐더니 가물대로 가물어 물을 머금은 백록담을 만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이른 아침 행장을 꾸려 제주 시내를 나설 때만해도 부슬부슬 비가 내려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4시간 가까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정상에 다다르니, 언제 그랬냐는 듯 멀리 제주 시내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탁 뜨인 하늘이 반긴다.

눈부신 햇살, 뻥 뚫린 가슴으로 쏟아지는 가을 바람에 온 몸의 세포가 들고 일어나 환호성을 내지른다. 저절로 야호소리가 터진다.

분화구(동서 600m, 둘레 3km)를 가득 채운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담수를 끌어 안은 백록담이 저기 있다.

2023년 9월 12일(화) 한라산 백록담에 오른 독자의 제보 사진이다.

청명한 가을 날씨 속에 백록담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물이 가득한 건 아니지만 산정 담수호의 체면은 차렸다. 독자 제공
물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천양지차다. 백록담의 모습을 좀더 가까이에서 촬영했다. 독자 제공
백록담 인근에 자생하는 자작나무인 흰색 '좀고채목'들이 뒤섞인 원시림의 모습.
독자 제공

백록담에서 내려와 관음사 가는 쪽 건너편에서 바라본 풍광.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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