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30만원 빌렸다가 눈덩이 빚으로..." 불법고금리 피해 예방 10계명

한국대부금융협회,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사례집
금융소외의 현장 '불법사채로 내몰린 사람들' 발간

임지연 승인 2024.04.09 08:39 | 최종 수정 2024.04.09 19:04 의견 0

#1. 수도권에 사는 30대 A씨는 친구들이 코인 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에 솔깃해 인터넷 대출 사이트에서 알게 된 업체로부터 40만원을 단기로 빌렸다.

10일 뒤 60만원을 갚아야 하는 고율 이자에, 하루라도 밀리면 6만원씩 이자가 추가되는 악조건이었지만 돈 벌 욕심에 4개월간 37차례 거래를 통해 4,400만원을 대출받게 되면서 사채의 수렁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9일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던 30대 여성이 100만원을 빌렸다가 연 5,200%의 살인적 금리를 요구받고 성 착취를 당한 사건도 있었다"며 "민생 약탈 범죄로부터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피 캡쳐


#2. 지방에서 오전엔 마트에서 일하고, 저녁엔 물류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 B씨는 생활비가 급해 인터넷 배너광고 업체에 손을 내밀었다.

일주일 뒤 50만원으로 갚기로 하고 30만원을 빌렸다가 다니던 회사에서 월급이 제때 나오지 않게 되자, 다른 업체를 통해 추가 대출을 받아 돌려 막기에 나섰다. 상환 금액이 1,000만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하루에도 10번 넘게 채권 추심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3. 호프집을 운영하는 C씨는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어려워지자 2022년부터 일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루 6만원씩 40일간 240만원을 갚는 조건으로 200만원을 빌리면서 선이자 10%를 떼고 180만원을 대출 받았다.

하지만 일수를 내고 나면 오히려 가게 상황은 마이너스였고, 건강상 며칠 가게를 쉬었다가 일수가 밀려 다른 업체를 통해 이번에는 300만원을 추가 대출을 받으면서 악순환에 빠졌다.

한국대부금융협회(회장 )는 최근 '불법사채로 내몰린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 사례집을 펴냈다고 9일 밝혔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달 펴낸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 사례집.


협회에 따르면 불법사채 이용자들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단기 소액 급전 및 일수 대출 등을 사용하고 있으며, 병원비, 월세, 통신비 등 기초생활비가 필요해서 빌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빚을 내 도박이나 코인 투자를 했다가 사채의 덫에 빠졌거나, 병원비 또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불법 사채를 썼다가 덫에 빠져 괴로운 삶을 사는 다수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불법 고금리 피해예방 10계명>도 공개했다.

우선 1) 법정 최고 이자율(2021년 7월 7일 이후 계약은 20%, 그 이전에는 24%)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이자 계약은 무효이며, 초과 지급된 이자는 반환 요구 등이 가능하다는 점, 2) 대출은 무등록 대부업체가 아닌, 등록된 대출중개업체나 대부업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등록 여부는 한국대부금융협회 홈피에서 등록업체 조회 통해 확인 가능), 3) 대출 시 떼는 선이자나, 대부업자가 받는 수수료 등은 대출원금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4) 대출 상담 시 신용등급조정료, 수수료 등의 금전 요구는 사기일 가능이 높으므로 거부해야 한다는 점, 5) 대출 계약서와 원리금 상환내역을 입금증과 함께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점, 6) 채권 추심의 경우 당사자가 아닌 관계인을 상대로 방문하거나 전화 문자 동영상을 보내서는 안되고, 채무자의 채무내용 및 신용 관련 사실도 알게 해선 안된다는 점을 알아두고 관련 증거를 확보해 불법 채권 추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7) "누구나 대출", "신용불량자 가능" 등 상식 밖의 문자, 인터넷을 통한 대출 광고에 유의하는 한편, 8) 햇살론, 새희망 홀씨 등 저금리 서민금융상품을 알선해 준다는 미끼로 대출을 권유하는 수법에 유의할 것도 당부했다.

이밖에 9) 공신력 있는 제도권 금융회사를 사칭하며 신분증을 요구할 경우 응해서는 안되며, 10) 자신의 소득수준에 맞는 대출 관리(금감원 금융상품 통합 비교 공시 홈페이 참조)에 힘쓸 것을 피해예방 대책으로 권고했다.

대부협회는 불법사금융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 예방을 위해 2017년부터 상담사례집을 발간해 오고 있으며, 이번에는 22~23년 피해 사례 및 협회의 관련 채무 조정 결과, 불법 사채 언론 보도 등을 정리한 개정판을 내놓았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협회 소비자 보호부를 통해 불법 사채 피해가 접수될 경우 전화 또는 방문 상담을 통해 적정 '대부이자율 계산서'를 발급해 주고, 피해자를 상대로 관련 채무 조정을 통해 민간 자율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협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으로 조달 금리가 높아짐에 따라 대부금융사의 수익성, 신용리스크가 우려되면서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 공급은 줄고, 불법 고금리는 늘면서 더 심각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시장 상황 연동형 최고금리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특히 "등록 대부업체와 불법 사채업자의 이자율 상한(연 20%)이 같고, 위반 시 형사처벌기준도 동일해 등록 대부업자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며 법령개정을 통한 역차별 해소와 함께, 불법사금융 광고 규제 강화, 형사처분 기준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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