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 AI반도체 기술..."韓, 美의 80% 수준, 中에도 뒤진다"

임지연 승인 2024.05.10 12:19 | 최종 수정 2024.05.10 17:26 의견 0

2028년까지 시장 규모가 연평균 2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먹거리 AI(인공지능) 반도체 부문에서 한국의 기술 수준은 미국의 80% 정도이고, 중국에도 뒤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AI 반도체 수요는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2028년까지 연평균 21.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료: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AI 반도체 특허 출원 건수는 세계 3위이지만 질적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이슈보고서 'AI반도체 시장 현황과 전망'을 내놓았다.

시스템 반도체의 일종인 AI반도체는 딥러닝 등 AI알고리즘을 실행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말한다.

넓게는 CPU(중앙처리장치)까지 포함하지만, 통상 AI 연산 가속(AI 액셀러레이터)을 목적으로 병렬 처리가 가능한 GPU(그래픽처리장치), 연산을 위한 반맞춤형 반도체 FPGA, 특정 알고리듬에 특화된 ASIC의 일종인 NPU 등을 지칭한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강국이지만, AI 반도체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시장 규모가 두배나 크고, 수요도 안정돼 있지만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22년 기준 3.3%에 불과하고, 그것도 지난 10여년간 3% 수준에서 계속 정체돼 있다.

때문에 초기 성장 단계에 있는 AI반도체 부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참고로 요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12단 기술개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핫 아이템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은 엔비디아의 GPU에 장착돼 성능을 올리는 메모리 반도체로, AI반도체의 주역이 아닌 조연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이번 보고서는 올 2월에 나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를 인용해 한국의 AI반도체 기술 수준은 선도국인 미국 대비 80.0%로 평가했다. 이는 중국(90%), 유럽(85%)보다는 낮으나 일본(70%)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기술격차의 경우 미국 대비 중국이 1.0년, 유럽 2.0년 각각 뒤져 있는데, 한국은 2.5년, 일본은 3.5년으로 더 벌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AI반도체 기술은 미국의 80% 수준으로, 중국에도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AI반도체 특허 출원 건수(2011~2020년)의 경우 한국은 534건으로 중국(6,067건), 미국(2,625건)에 이어 3위 수준이지만 질적 수준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참고로 일본은 일본 308건으로 4위다.

이처럼 미흡하다는 평가는 받는 이유는 전체적으로 AI반도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생 관계에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나,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주요국에 비해 뒤쳐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AI 기술 선도국인 미국을 100으로 볼 때 중국은 90.0, 유럽 87.5, 한국 78.8로 평가됐다.

한편, AI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411억 달러에서 2028년 1,330억 달러로 연평균 21.6%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AI반도체는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용은 연 39.9%, 온디바이스용은 연 11.6%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자료: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용이 연간 39.9%, 온디바이스용은 11.6%씩 팽창할 것으로 보이는데, 온디바이스용의 경우 스마트폰, PC, 사물인터넷(IoT) 등이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센터용 시장은 엔비디아가 GPU을 앞세워 시장의 97%(2022년 기준)을 점하고 있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2027년 87% 수준을 유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온디바이스용 반도체 시장은 스마트폰은 퀄컴 애플 삼성전자가, PC는 인텔이, 자동차는 엔비디아 테슬라 등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네이버와 손잡고 대형언어모델(LLM)을 지원하는 추론용 반도체 마하1(MACH-1)을 2024년 말~ 2025년 초 양산 예정인데, 2022년 12월부터 수요처인 네이버와 AI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을 시작했다. 가격은 엔비디아의 GPU 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내놓을 예정이어서 시장의 반응이 주목된다.

보고서는 중소 벤처 중심의 국내 AI반도체 기업은 10여개에 불과한데, 레퍼런스를 구축하고 사업을 본격화하는 단계인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는 퓨리오사AI, 리벨리온, 사피온 등이 NPU를 개발해 클라우드에 시범 적용하면서 올해부터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AI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로봇 스마트폰 카메라 등 온디비스용으로도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자료: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를 작성한 이미혜 선임 연구원은 "AI반도체는 국가안보와 경쟁력 제고의 핵심 기술로 휴대폰, 자동차, 조선, 가전 등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데 기여한다"며 "개발자금 지원, 수요산업과의 협력 강화, 팹리스-파운드리의 유기적 협력관계 를 통해 관련 기업의 성장이 국내 파운드리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중동과 유럽 등이 국가 안보,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AI 반도체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한국기업의 해외진출에 대한 정부의 외교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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