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두번 연속 동결 '연 3.5%'…경기침체 우려가 물가불안 이겨

증권가 "예상한 수준"···코스피 1%대 상승
올해 안 금리인하는 의견 분분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4.11 19:39 | 최종 수정 2023.04.12 01:40 의견 0

한국은행이 11일 지난 2월에 이어 두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4월부터 7차례 연속 인상한 이후 연속 동결해 경기침체 우려와 물가안정 사이에서 크게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 제공

한은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 10개월간 이어온 금리인상을 멈추고 연속 동결했다.

한은의 이 같은 결정은 물가가 최근 하락세로 접어들고, 경기 둔화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전월 4.8%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3월 4.1% 이후 가장 낮다.

5%대까지 치솟던 물가가 하락세를 보여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2%로 차이가 크다.

경기 둔화 우려도 고려됐다.

한국의 전분기 대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수출 부진 등으로 지난해 4분기 -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역성장도 확신하기 어렵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통관 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 2000만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다. 이달 1~10일에도 34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6일 향후 5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 20년간 평균인 3.8%보다 낮은 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달갑지 않다.

IMF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이 경제 블록화하면 한국의 GDP가 훼손될 것이고 경고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하면서 미국(연 4.75∼5.00%)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미국 상단 기준)다. 2000년 10월 1.50%포인트차였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5월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만 해도 미국(연 5.00∼5.25%)의 기준금리는 한국(연 3.50%)보다 1.75%포인트나 높아져 부담이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제공

일부 금융 전문가는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연내 인하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은이 두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주식시장은 예상한 수준으로 보고 1%대의 상승 랠리를 펼쳤다.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을 긍정적인 재료로 받아들였다. 이날 코스피는 지난해 6월 13일 이후 10개월 만에 장중 255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기대에 단호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시장에서는 이날 한은 금통위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로 해석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언급은 기대 인플레이션 제어와 함께 연속 동결 결정으로 인해 시장이 과도하게 인하 전망으로 쏠릴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미 '물가'에서 '경기'로 시선을 이동했고, 연준의 긴축정책 종료 가능성에 기반한 강달러 모멘텀 약화를 전제로 가격에 반영 중"이라고 밝히고 "하반기에 경기 반등을 견인할 반도체 가격 재상승, 중국발 리오프닝 기대감에 의한 소매 판매 등을 고려할 때 시장의 생각처럼 통화당국이 올해 안에 금리 인하 카드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전망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는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지의 유무가 판가름을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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