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코인 갖고 거지 코스프레"···김남국 민주당 의원 '7년간 라면만' 호소글 소환

"구멍난 신발, 매일 라면 먹는다더니 '카이저 남국'의 거지 연기였나"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5.07 19:49 | 최종 수정 2023.05.08 04:13 의견 0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대 60억원의 가상화폐(암호화폐·코인)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과거에 후원금을 모집한다며 올린 '거지 코스프레' 글이 재소환 되고 있다.

7일 각 매체들의 기사에 따르면, 김 의원의 ‘60억원 코인’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그가 과거에 후원금 모금을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렸던 글과 방송들이 재조명됐다.

유튜브 김남국TV 캡처

김 의원의 이 같은 궁핍함을 강조한 말을 반전(反轉) 캐릭터의 대명사인 ‘카이저 소제’에 빗대 ‘카이저 남국’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카이저 소제'라는 한 남성 장애인이 선상(船上)에서 대규모 학살극을 벌인 뒤 FBI의 조사를 받으면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혐의를 벗고 풀려나자 정상인의 걸음걸이로 걷는다는 영화다.

김 의원이 그동안 가상화폐 등에서 투기성 투자를 해 60억대에 이르는 돈을 굴린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앵벌이 수준'의 후원금 호소를 했고, 지난해 국회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았다.

김 의원은 지난 2020년 4월 총선 당선 전부터 야당 지지층이 즐겨보는 유튜브나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신의 ‘궁핍’을 강조하며 도움을 요청해 왔다. 지난해 11월 디시인사이드 민주당 갤러리에서는 “연애 비법을 전수해 드린다”며 후원금을 호소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지난 27일 '연애 비법'이라고 올린 글 중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캡처

그는 이곳에서 썸녀와의 통화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두고 계단으로 20층까지 올라가는 등의 ‘연애 비법’을 공유했다. 이어 “이 글을 보고 웃고 계시거나 연애 꿀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후원 꼭 부탁드린다.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 청년 정치인들은 후원금 모금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했다.

또 2019년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소개팅’ 콘셉트로 촬영을 하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상대 여성의 질문에 “매일 라면만 먹는다. 그렇게 먹은 지 7~8년 된 것 같다. 거의 하루 한 끼 못 먹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9년 소개팅 콘셉트로 촬영한 유튜브 영상에서 "매일 라면만 먹는다"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이동형TV' 캡처

2021년 6월에는 유튜브에서 “제가 돈을 번 건 비트코인이 아니고 진짜 아끼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안 사먹고…”라고 했다.

그는 낡은 '운동화 코스프레'도 했다.

2020년 페이스북에서 낡은 운동화 사진을 공개하며 “구두 대신에 운동화를 신고 본회의장 가고, 서류가방 대신에 책가방 메고 상임위원회 회의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서도 운동화는 등장한다. 2021년 11월 TBS 방송에 출연해 김어준 등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구멍난 운동화를 소개했다. ‘3만 7000원을 주고 산 운동화에 구멍이 났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궁핍하고 검소한 청년 정치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1개월 뒤 그가 신고한 재산은 12억 6000여만원이었다. 코인은 빠졌다. 이듬해 초 그는 60억원대 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네티즌은 “수십억 자산을 가진 정치인은 서민 코스프레로 후원까지 받고, 그를 지지하는 진짜 서민들은 200만~300만원 월급 받으면서 후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1일 지방선거 유세 때는 ‘돈이 없어서 호텔 대신 모텔 생활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후원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국회의원이라고 호텔에 가서 잔 적이 없다.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 이용한다. 작년 지방선거 부산 지원유세 때는 방 두 개 안 빌리고 모텔에서 보좌진이랑 셋이 잤다. 정말 아껴 쓰겠다. 꼭 필요한 곳에만 쓰겠다”고 호소하며 계좌번호를 첨부했다.

이러한 그가 지난해 초 가상화폐 ‘위믹스’를 60억원어치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고 가치가 폭락 전인 지난해 초 전량 처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가 ‘코인 실명제’인 ‘트래블 룰’(Travel Rule) 시행 직전인 지난해 2월 말∼3월 초였다.

국회의원의 ‘이해 충돌’ 논란도 불거졌다.

김 의원이 2021년 7월 6일 노웅래 의원 등 민주당 의원 9명과 함께 ‘소득세법 일부 법률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2022년 1월부터 시작되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1년 후인 2023년 1월로 미루자는 것이다. 이 법안은 다시 미뤄져 현재 2025년 1월까지 연장됐다.

한편 김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뒤 4차례 재산 신고를 했다.

의원 당선 직후 8억 3241만원을 신고했고 2021년(공개 시점 기준) 11억 8103만원, 2022년 12억 6794만원, 2023년 15억 3378만원으로 불어났다.

김 의원은 코인 관련 보도가 나오자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화폐의 경우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재산 신고에서 제외했다. ‘위믹스’ 거래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거래”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현황에서 3억 3014만원을 모금하며 1위를 차지했다.

김 의원은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내일(8일) 계좌를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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