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6개월③]일터의 지각변동, 내 일자리는 안녕한가?..."AI와 협업에 달려"

임지연 승인 2023.06.27 16:06 의견 0
광고 카피, 블로그 콘텐츠 등을 대신 만들어주는 생성 AI서비스 '재스퍼'. 출처: 재스퍼 홈페이지

10년 후 정규직은 과연 얼마나 될까

“10년 후 세계(인구의) 절반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2019년 이코노미스트)

챗GPT(2022년) 등장 3년 전 이런 말이 나올 때만해도 실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사람처럼 문장을 이해하고 글쓰기를 하는, 놀라운 수준의 챗GPT가 눈앞에 펼쳐지면서 직장인들의 위기감은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재스퍼 개요 및 제공 서비스. 출처 NIA 디지털 인사이트 2023


우선 콘텐츠의 생성 ·전달이 주 업무인 일터에서부터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내 일자리는 과연 안녕할까'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또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불안한 상황이 됐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가 지난 7일 내놓은 디지털 인사이트 2023 <챗GPT 등장, 인프라로서의 출발점>에 따르면 "AI가 1단계로 지식 콘텐츠를 작성, 전달하는 업무를 중심으로 적용이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코딩과 접목해 세상의 디지털화, 자동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2단계로는 "특정 기능과 영역을 넘어 디지털화가 적용되는 산업과 경제, 사회 전반에 보편적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며 "3단계에 접어들면 디지털현실이 물리적 현실과 연결되고 확산되면서 더 다양하게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NIA 디지털 인사이트 2023


AI, 인사 법무 인력부터 대체 시작

우선 1단계 측면에서 회사 내 경영지원, 연구·개발, 생산·품질 관리, 물류· 유통, 마케팅, 영업 및 고객서비스 전반에 걸쳐 보고서 검토와 작성, 고객 응대 영역에서 활용되면서 해당 업무자들을 보완,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경영지원 업무 가운데 인사 법무부터 우선 적용이 가능하다. 지원자의 이력서를 읽고 사전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채용 프로세서 자동화, 인적 자원들의 역량 분석과 맞춤형 교육까지 자동으로 정리하는 역량 개발의 자동화, 계약문서 검토 및 계약서 초안 작성과 같은 법적 문서 작업의 자동화가 빠르게 채택되고 있다.

연구·개발에서도 사람이 직접 하는 코드 작성 비중을 낮추거나 없애는 로코드 또는 노코드 트렌드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급감하고, 신약 및 신소재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제품 설계, 제작 생산, 재고 상황, 품질 결함 및 이상 감지, 기존의 챗봇 고도화를 통한 24시간 고객 맞춤 서비스의 자동화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범위를 넘어서 산업 내 특정 기능 역할도 대신하게 된다.

통신 시장 AI 적용 확대 추이. 출처: NIA 디지털 인사이트 2023


무엇보다 통신 산업의 경우 사람이 하는 것처럼 고객을 응대하고, 고객의 사용패턴을 미리 예측해 돕는 한편 보안 관리까지 해주는 형태로 진전될 것이다. 특히 망운영이 복잡해져 사람의 눈과 손만으론 품질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6G 환경에서는 생성형 AI가 핵심 인프라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측됐다.

챗 GPT는 특정 산업 전체의 생사 여부도 좌우할 전망이다. 교육산업이 대표적이다. 실제 지난 5월 미 캘리포니아주 교육기업 '체그' 주가가 하루 사이에 반토막 났는데, 이유는 전일 실적 발표에서 “챗GPT로 향후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오면서 주식 투매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빌 게이츠, "AI 인간만큼 훌륭한 가정교사 될 것"

빌 게이츠 MS 공동 창업자는 지난 4월 “AI가 인간만큼 훌륭한 가정교사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8개월만 지나면 AI가 교사의 보조 역할로 들어와 글쓰기에 피드백을 주게 되고, 이후에는 우리가 수학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향상시킬 것”라고 말했다.

생성 AI는 교사의 보조 역할을 넘어 교육 산업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도 예측됐다.

가령 수업방식이 교사의 지식 전달에서 학생 스스로 찾아서 학습하는 형태로 전환되면서, 지식 전달자로서의 교사의 역할도 줄어들고, 지식 공간으로써의 학교 역할도 변화가 일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신의 호기심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은 1:n식의 교육을 외면할 것이고, 결국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만을 위한 기본교육 기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 또 지식교육을 제외한 사회화 교육기관으로 학교가 과연 적합한지 여부 등에 대한 이슈도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출처: NIA 디지털 인사이트 2023


광고 대행 산업, 업종 자체가 없어질 수도

광고 산업도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고객 요구 사항에 맞춰 콘텐츠 생성 배포 중심의 광고 산업은 더 고도화된 데이터만 확보된다면 고객 분석과 소구점 도출에서부터 콘텐츠 제작과 배포까지 모든 것을 사람의 관여 없이도 이뤄질 수 있어, 광고 대행 산업의 종말도 예상된다는 것.

사실 광고 산업은 챗 GPT이전인 2021년 출시된 생성형 AI 재스퍼로 인해 위협에 놓여 있었다. 재스퍼는 기업 내 또는 대행사가 하는 블로그 게시물, 광고 카피,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생성형 AI를 통해 자동 제작하는 서비스다.

소셜 미디어, 웹사이트 등 브랜드에 맞는 콘텐츠를 빠르고 쉽게 작성해 주고, 1만 단어까지는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이로 인해 콘텐츠 분야에 보조로 일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작가, 스토리텔러, 카피라이터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단순 번역가, 보도자료 작성자, 창작 능력이 별로 필요 없는 서브 드라마 작가, 간단한 소장 작성을 해주는 변호사, 검색 위주의 컨설팅을 하는 컨설턴트은 이제 아예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재스퍼와 유사한 글로벌 서비스들은 속출하고 있다. 논문 내용을 요약하거나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SCISPACE), 유튜브 영상 내용을 텍스트로 요약해 주는 서비스(Youtube Summary), 이메일을 챗GPT로 작성해 주는 서비스(ChatGPT Writer), AI사진,이미지, 오디오 등을 생성하거나 품질 향상을 해주는 서비스(Neural.love)" 등이 쏟아지면서 지식 기반 노동자들의 생존은 위협받고 있다.

물론 생성 AI도 과거의 모든 혁신적 기술이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많은 일자리를 없애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증기기관의 등장, 자동차로 대표되는 대량생산체제, 컴퓨터와 뒤이은 인터넷 등 지난 250여 년간 자본주의 역사에서 수 차례의 산업 혁명이 노동시장을 변화를 일으켰지만, 생활 수준을 높이는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 게 큰 흐름이었다.

또 냉정하게 상황을 짚어보면, 지금까지 나온 챗GPT의 답변 수준은, 전문 지식을 배운 적이 없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성인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압도적 수준이지만,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지식을 쌓고 실무를 계속 해온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아직 어려워 보인다.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고, 아직 준비할 시간도 있다는 이야기다.

생성 AI 초래 '디스토피아' 세상, 단순한 기우일까

하지만 일각에서 생성 AI가 초래하는 끔직한 디스토피아 세상을 우려하는 건, 과거처럼 특정 분야의 노동자나 단순한 지식 기반 일자리만 생성 AI가 밀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인, 소설가, 화가, 사진작가, 지휘자, 연주자 등 AI가 넘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많은 창조적 영역까지도 생성 AI의 공세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에게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작금의 현기증 나는 발전 속도를 보면 이에 대비할, 과연 얼마의 시간이 남아 있을지 예견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챗GPT를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쟁력 차이는 비교난망인 상황이다.

또 미래에는 어쩌면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필요 없거나, 그 의미가 달라져야할 지도 모르겠다.

개인 기업 생존, AI와의 협업 구축에 달려

송세경 카이스트 교수는 "노동시장의 대격변이 예고되고 있다"며 "글을 써주는 AI, 코딩 대신해 주는 AI의 등장으로 이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무의미해졌고, 블루 칼라보다는 화이트칼라가 오히려 더 직격탄을 맞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챗GPT로 쉽게 대신하기 어려운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 간호 조무사 등 감정 노동자들, 로봇이나 기계로 대체되기 어려운, 근육을 쓰는 특정 분야의 블루 칼러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반면 화이트 칼러들은 쓰나미처럼 밀려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앞으로 각 개인과 기업의 미래 생존은 어떻게 생성 AI와 협업하는 방법을 먼저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