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자 아파트 이름 읽다 숨 넘어 가네"···서울시, 헷갈리는 아파트명 가이드라인 마련

정기홍 기자 승인 2023.12.22 02:37 | 최종 수정 2023.12.22 15:38 의견 0

앞으로 아파트 이름을 지을 때 펫네임(브랜드 앞뒤에 붙인 특화 명칭)이나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자는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현재 아파트명을 짓는 방식은 ‘지역명+건설사명+브랜드명+펫네임’ 등 4개 요소를 넣어 짓는데, 특히 펫네임이 들어가면서 이름이 길어지면서 복잡하고 부르기도 어렵다. 아파트명이 무려 25자인 곳도 있어 시골 부모가 자식이 사는 아파트를 찾아갈 수 있겠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는 21일 ‘공동주택 명칭 개선안 마련 시민 토론회’를 열고 가이드라인 5가지 원칙을 공개했다. 앞서 시는 지난 1년간 3차례 토론회를 거쳐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LH 아파트 단지 모습. 최근 들어 LH 아파트도 개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정기홍 기자

5개 가이드라인은 ▲어려운 외국어 자제, 아름답고 부르기 편한 한글 사용 ▲지역 유래와 옛 지명 활용, 법정동·행정동 준수 ▲펫네임 자제 ▲최대 10자 내외 준수 ▲명칭 제정 시 공모, 선호도 조사 등이다.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형 건설사 9곳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이 참석해 이 가이드라인 동참 선언문에 서명했다. 동참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대우건설, 두산건설, 롯데건설 등이다.

건설사들은 앞으로 아파트 브랜드 앞뒤에 파크, 리버, 퍼스트, 에듀 등 생소한 외국어인 펫네임의 무분별한 사용을 자제하고 부동산 가격이 높은 인근 지역명을 가져다 쓰지 않고, 행정구역명을 정확히 표기하기로 했다. 예컨대 강남과 목동, 마곡 등 주요 랜드마크 지역에서는 인근 신축 아파트가 이들 지역명 도용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지역명의 경우 행정동에만 국한하지 말고 청계천 등 인근의 명소를 연상할 수 있는 이름은 붙일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전남 나주에 있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로 25자다. 서울에서 제일 긴 아파트 이름은 구로구에 있는 ‘항동중흥에스클래스베르데카운티’ 15자다.

토론회에 참석한 건설사 관계자들은 아파트 이름에 ‘펫네임’이 붙기 시작하면서 길어지고, 어려워졌다는데 공감했다. 이런 유행 탓에 1990년대 4글자 정도였던 아파트 이름이 2019년엔 거의 10글자로 두 배 넘게 길어졌다.

신민규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장은 “지명을 왜곡하는 것은 시장을 기만하는 행위이고, 자기 동네도 아닌데 옆 동네 이름 사용하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라며 “이 가이드라인을 다 준수하긴 어렵겠지만 취지에 공감하면 충분히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에 각 자치구와 건설사에 배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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