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이창용 총재… “통화·재정으로 농산물 물가 못 잡아, 사과 수입해야””

기준금리 10회 연속 3.5%로 동결

정기홍 승인 2024.04.12 17:05 의견 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물가 상승의 상징 과일인 사과와 관련해 “수입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농산물 가격 상승과 관련해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 총재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니 정부가 나서서 물가안정 노력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금리로 물가를 잡을 수 없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이 재배면적 더 늘리고 재정을 쓴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생산자 보호를 위해 지금처럼 (재정 보조를) 계속할 지,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인지, 기후변화로 생기는 구조적 변화에 국민의 합의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했다. 사과 수입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그가 사과 수입을 언급한 것은 최근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고민이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6개월 후 금리전망에 대해 “금통위원 전원이 하반기 금리 인하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생각한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 2.3%까지 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에 2.3%로 내려가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면 2.3%로 가는 경로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로 반년 만에 2%대에 진입하고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6월쯤 금리인하를 시작하면 한은도 오는 7월 등 3·4분기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물가가 다시 3%대로 오르고 유가마저 급등하면서 불과 3개월 만에 하반기 금리 인하가 불투명해졌다.

물가상승률은 사과 등 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2월 3.1%로 3%대로 다시 오른 뒤 3월(3.1%)까지 두 달 연속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농산물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이지만 최근 2~3개월 CPI 상승의 30% 정도가 농산물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0.15%에 불과한데 최근 CPI 상승에 미친 영향은 거의 18%에 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입을 통해서라도 사과 등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지 않으면 물가상승률을 2%대로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중동에서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까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뛰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2.1%)이나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연말 2.3%)치는 모두 유가 80달러대를 가정해 도출했다.

금통위원들은 이날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2·4·5·7·8·10·11월과 올해 1·2월에 이어 10회 연속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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