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일터로"...남성 전업 주부 20만명 돌파

작년 취업자 '증가분'의 92.7%, 여성
30대, 고학력, 기혼 여성 중심 증가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도 사상 최대

임지연 승인 2024.04.24 07:29 | 최종 수정 2024.04.24 21:33 의견 0

#. 맞벌이 부부였던 40대 초반의 A씨(남성)는 최근 네살배기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 임신 후 회사를 나왔던 아내가 새로운 직장을 잡아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는데, 근무여건이나 보수가 자신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 최근 성별 취업자 증감 및 구성비 추이>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A씨는 "직장 분위기도 좋지 않고, 부부 가운데 한사람은 아이를 돌봐야 해서 육아휴직을 신청할까 고민하다가 사표를 내고 전업 주부가 됐다"며 "아이 키우기가 예상보다 힘들지만 요즘 아내가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취업 여성이 급증하면서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는 남성 전업 주부도 사상 최초로 20만명을 넘어섰다.

한 남성 전업 주부가 아기를 업은 채 또다른 아이를 데리고 걸어가고 있다. KBS 뉴스 캡쳐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가 지난 23일 '최근 고용 흐름의 3가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2023년 늘어난 취업자 32만7,000명 중 여성이 30만 3,000명으로 92.7%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 늘어난 취업자의 성별 비중도 여성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90%를 넘어 남성을 압도했다.

특히 이같은 흐름은 2024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늘어난 전체 취업자 17만 3,000명을 살펴보면, 성별로 여성이 17만 9,000명 늘고 남성은 오히려 7,000명 줄어 전체 취업자 증가분 중 여성 비중이 100%를 초과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30대 여성, 고학력 여성, 기혼 여성이 취업자 증가를 주도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면서 가정에서 육아나 가사에 전념하는 ’남성 전업주부‘가 처음으로 20만명선을 넘어섰다.

남성 전업 주부는 2019년 15만 5,000명 수준이었다가,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2021년 19만 4,000명으로 뛰더니, 2023년에는 무려 21만 8,000명에 달했다.

'가사는 여성이 맡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경기침체에 따른 일자리 감소까지 겹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주 52시간제 시행, 근로형태 다양화, 맞벌이 여성 증가 등으로 임금 근로자 중 근로시간이 주 36시간 미만인 단시간 근로자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근로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가 지난해 126만 3,000명으로 관련 조사 시작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 최근 초단시간·단시간 근로자 추이 >
*주: 초단시간은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은 주 36시간 미만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 각 연도


부문별로는 여성, 고령자와 청년, 10인 미만 사업장이 단시간 근로자 증가세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발적으로 단시간 근로를 선택하는 임금 근로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였다.

임금근로자 중 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한 근로자는 231만 8,000명으로 전체 시간제 근로자의 59.8%를 차지했다. 또 단시간 근로 비중이 높은 여성의 경우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비중이 지난해 72.5%에 달했다.

청년 취업자는 2022년 1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17개월 연속 감소하며 최근 10년간 최장기간 감소를 나타냈다.

지난해 청년 취업자수는 9만 8,000명이 줄어들었다. 청년 인구감소(-17만7,000명)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돼 ’숨어있는 실업자‘로 살아가는 청년들을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총은 강조했다.

최근 감소세를 보였던 청년 ’쉬었음‘ 인구가 지난해 1만1,000명 증가로 전환되면서 노동력 유휴화 현상의 심화가 우려되고 있고, ’쉬었음‘의 주된 사유도 ’원하는 일자리 찾기 어려움‘으로 나타나, 노동시장의 미스매치가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 청년 취업자 증감 추이 >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김선애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최근 고용 흐름의 주된 특징은 여성 취업자의 약진, 청년 고용의 부진, 그리고 단시간 근로자 비중 확대로 요약된다”며 “코로나19 이후 인구·산업구조 전환이 빨라지면서 고용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모든 연령·계층의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단 없는 노동개혁 추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국가적 현안인 출산율 반등과 함께 진행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 확대, 육아휴직·육아기 근로시간단축 사용 문화 조성, 주거지 인근 어린이집 설립 등 일-가정 양립 지원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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