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이사 후보에 윤경림, 이달 말 주총서 선임…현 사장 연임 먹은 최대 주주 국민연금 변수

이사회 의장 "미래 비전 명확히 제시"
국민연금 지분 10.13%로 1대 주주
여권서 실명 비판한 후보 낙점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07 22:00 | 최종 수정 2023.03.08 01:52 의견 0

KT 이사회는 7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 4명을 최종심사해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60)을 후보로 확정했다.

하지만 이달 주주총회에서의 최종 선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구현모 현 대표의 연임을 막았고, 여권도 구 대표의 측근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사회는 이날 오후 후보 4명의 면접에서 윤 사장을 이사 전원합의로 차기 대표 후보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탈락한 후보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이다.

윤경림 KT 사장 후보.KT 제공

윤 후보는 이달 말 예정된 정기주총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으면 정식으로 차기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1대 주주(10.13%)인 국민연금이 KT 대표 후보 확정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문제 삼자 연임 도전하려던 구 대표는 연임을 포기했다. 국민연금은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KT 지분 10.13%를 보유한 1대 주주다.

여기에 국회 주무 상임위인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윤 후보 실명까지 거론하며 비판에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은 지난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가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면접 대상자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 대표 후보가 대표 선임 업무를 하는 이사회의 현직 멤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이라 출마 자격이 없다"면서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 '구 대표의 아바타'"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국민을 위해 이권 카르텔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KT 뿐만 아니라 임기를 1년 남겨둔 포스코 회장직과 다른 공기업의 CEO 인선에도 정부가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이다.

KT의 사외이사 6명이 참여한 대표후보심사위에는 유희열 전 과학기술부 차관, 김대유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 등 노무현·문재인 정부 인사가 참여했다. KT 이사회가 정부와 여권의 압박에 굴하지 않은 데에는 이러한 인적 배경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 대표의 선정 이유에 대해 "윤 후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면서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함은 물론 기업 가치 제고와 ESG 경영 강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윤 후보는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 그룹의 DX(디지털 전환)사업 가속화 및 AI 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강 의장은 최근 여권과 국민연금 등에서 제기한 지배구조 개혁 문제와 관련해 "최근 정부와 국회 등에서 우려하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관련, ESG 경영 트렌드 변화에 맞춘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다"면서 "외부 컨설팅을 통해 CEO 선임 프로세스, 사내 후보자군 육성 등 현황을 점검하고, 국내·외 우수 사례 분석 및 이해 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통해 객관성을 갖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구 대표와 함께 KT 사내이사로 활동하는 등 구 대표가 이끌어온 '디지코' 전략을 계승할 인물로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1988년 데이콤에 입사한 그는 하나로통신을 거쳐 KT에서 신사업추진본부장을 지낸 이후 CJ 그룹과 현대자동차 임원을 거쳐 KT 임원으로 돌아왔다.

주총 행보가 궁금해지는 최대 지분의 국민연금은 KT의 2·3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 현대차 4.69%·현대모비스 3.1%)과 신한은행(5.48%)의 주요 주주이다.

한편 이사회는 지난달 28일 33명의 지원자 가운데 4명을 추려 최종 면접 대상자로 발표했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