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수능 '킬러 문항'에 "약자인 아이들 갖고 장난치는 것"

"(1타강사) 학원 다녀야 풀 수 있는 문제 비정상"
"킬러 문항 없이도 변별력 확보 가능"
올 수능서 배제, 9월 모평부터 시행 방침
장기적으로 족집게 수능 기술 '이권 카르텔' 해체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19 19:44 의견 0

윤석열 대통령이 대입 수학능력시험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논란과 관련, 최근 참모들에게 "수십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어 "고도 성장기에는 사교육 부담이 교육 문제에 그쳤지만 저성장기에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는 치명적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면 부모는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노후 대책이 붕괴된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 교사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일찍이 지난 3월부터 이런 문항을 배제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6월 모의고사(모의평가)에서 다시 킬러 문항이 나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전격 교체했다.

윤 대통령의 의중은 장기적으로 킬러 문항을 통해 손쉽게 수능 변별력을 확보해온 '교육 당국'과 족집게 수능 기술로 배를 불려온 '학원가'간의 '이권 카르텔'을 해체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사교육 시장에서 '킬러 문항 하나가 1조 원짜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학원들은 이런 문제 풀이 노하우를 강점으로 부각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사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 버거워 일부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도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조국 전 서울대 교수 딸의 대입 부정 사건 등을 처리하면서 부패 카르텔의 실체에 대한 식견을 갖췄다"면서 "윤 대통령이 검찰 시절부터 수능 문제를 매년 검토해 교육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지난 2020학년도 수능 국어 문제를 킬러 문항의 예로 들며 "어안이 벙벙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킬러 문항은 '자기자본과 위험가중자산, 바젤협약 등 전문 경제용어'가 복잡하게 등장해 선뜻 국어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었다.

김 원장은 "사설 학원의 일타 강사들 도움 없이 이런 고난도 수준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고교생이 있을까.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개선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교과 과정에서도 충분히 변별력 높은 문제를 출제할 수 있다. 당장 9월 모의고사에서부터 킬러 문항을 제외해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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