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총 앞두고 진통···스카이라이프 사장 내정자도 사의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13 12:04 | 최종 수정 2023.03.13 14:43 의견 0

차기 대표(CEO) 선임에 진통을 겪고 있는 KT가 친 주총을 앞두고 정부 인사들의 잇단 사의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사외이사 사의에 이어 계열사 대표도 사의를 표했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정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 내정자는 KT 측에 개인 사유로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는 MBC 기자 출신인 윤 내정자는 OBS 경인TV 사장을 거쳐 현재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충암고 4년 선배다.

KT 성남시 분당 본사 전경. KT 제공

앞서 사외이사 후보로 지명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내정 이틀만인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KT는 계열사 대표와 사외이사를 친정부 인사로 채워 차기 CEO 선임을 둘러싼 논란을 타개하려 했지만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윤 내정자는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이력이 있다. 또 KT와는 2013년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CR본부장(부사장)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으며 최근 진행된 차기 CEO 공모에 참여했다가 탈락했다.

앞서 사외이사 후보에서 사퇴한 임 고문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맡았다.

윤 내정자와 임 고문은 이 같은 이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KT가 차기 CEO 후보 선정 과정에서 정부·여권으로부터 ‘그들만의 리그’로 비판 받자 선임한 인물들이다.

KT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후보인 윤경림 사장과 사내이사 후보 3명을 선임하고, 현직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12%)은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반대해 막았고 현재 정부·여당의 불만을 반영해 주총에서 윤 내정자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KT의 2·3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 현대차 4.69%·현대모비스 3.1%)과 신한은행(5.48%)의 주요 주주여서 영향력을 가진다.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과 은행의 주요 주주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최근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과 같은 주요 사안에서 이사회가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KT에 전했다. 신한은행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소액주주와 외국인의 움직임은 큰 변수다.

2021년 기준 지분율. 지금과는 지분 변동이 있다. KT 홈페이지 캡처

KT의 소액주주들은 이미 윤 사장의 대표 선임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개설된 KT 주주모임 커뮤니티에는 1000여명의 회원이 모였다. 이들이 가진 주식 수는 약 260만 주(KT 지분의 약 1%)로 알려졌다. 이들은 의결권 위임, 전자투표 단체 참여 등 소액주주의 의견 개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 입김에 영향을 덜 받는 43%의 외국인투자자가 주총에서 캐스팅 보트를 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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