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 13조 원 미국 시장 데뷔…"현지 '직판' 승부수 걸어"

혈액 제제 8년 만에 FDA 품목허가 획득
미국 직판 구축…"PBM 등과 협상 본격화"
"5년내 미국 혈액 시장 점유 3% 진입 목표"

정기홍 기자 승인 2023.12.20 06:11 의견 0

혈액제제 및 백신 전문기업인 GC녹십자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한다.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현지 직판(직접 판매)으로 13조 원 규모의 미국 혈액제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19일 GC녹십자에 따르면 회사는 미국 자회사 GC바이오파마USA를 통해 직판 체제를 구축, 내년 하반기 알리글로를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GC녹십자 본사 전경. GC녹십자 제공

GC녹십자는 앞서 지난 15일(현지 시간) FDA로부터 알리글로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알리글로는 사람의 혈액에 포함된 혈장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하고 정제해 만든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도 불리는 1차 면역결핍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GC녹십자의 혈액제제 FDA 품목허가 도전은 8년 만늬 성공이다.

지난 2015년 알리글로와 주성분 함유 농도가 다른 'IVIG-SN 5%' 허가를 신청했지만 두 차례에 걸쳐 제조공정 관련 자료 보완 요청을 받으며 허가가 지연됐다.

이후 함유 농도 10% 제품으로 전략을 바꿨으나 지난해 허가 신청 이후 FDA는 다시 한 번 서류 보완을 요구했었다.

이후 코로나19로 심사가 되다가 지난 4월 충북 오창공장 혈액제제 생산시설 실사를 받았고, 지난 7월 허가 신청서(BLA)를 다시 제출했다.

GC녹십자는 앞으로 GC바이오파마USA를 통해 직판 영업을 운영한다.

이우진 GC녹십자 글로벌사업본부장이 CEO를 맡아 GC바이오파마USA 경영을 총괄하며, GC녹십자에서 경영관리실장을 맡았던 조정래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재무를 맡는다.

GC바이오파마USA는 미국 진출을 위해 기존 'GC목암'의 사명을 바꾼 회사다. 알리글로 공급·판매를 맡기 위해 영업조직 등 제반 준비를 해왔다.

미국 보험 등재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엔 알리글로를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내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등과 사전 협상을 진행해왔다.

GC녹십자는 5년 내 미국 혈액제제 시장의 3%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3조 원(104억 달러) 규모(MRB 2022년 기준)로 추정된다.

현재 미국에선 CSL, 그리포스, 다케다 등 10여개 회사가 공급하고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수인 혈액제제는 세계적으로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양이온 교환 색층 분석법) 기술을 도입, 제품 안전성을 극대화해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제품 생산은 충북 오창 공장에서 맡는다.

당초 GC녹십자는 북미 지역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혈액제제 공장을 착공했으나, 알리글로의 미국 허가가 지연되면서 2020년 7월에 공장을 매각했다.

스페인 혈액제제 회사인 그리폴스이 약 5520억 원에 매입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보험 등재를 위해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고 제품 판매 허가가 났으니 본격적으로 PBM 등과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미국 자회사의 영업조직 등 제반 준비를 상당 부분 해왔다. 5년 내 3% 점유율 진입을 목표로 시장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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