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뉴리더⑦]SK하이닉스 최우진 부사장 "패키징 기술, 반도체 패권경쟁의 핵심"

임지연 승인 2024.04.12 07:08 | 최종 수정 2024.04.14 18:55 의견 0

"'P&T' 기술 혁신은 반도체 패권 경쟁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고성능 칩 수요가 폭증하는 AI 시대에 우리는 첨단 패키징 기술로 최고 성능의 메모리 개발에 기여할 것입니다.”

SK하이닉스 P&T 담당 최우진 부사장은 회사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HBM으로 대표되는 AI 메모리의 핵심 기술로 부상한 패키징 분야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SK하이닉스 최우진 부사장은 거침 없는 도전, 한계를 뛰어넘는 자세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SK하이닉스 제공


패키지 앤 테스트(package & test)를 뜻하는 P&T 조직을 지난해 연말부터 이끌게 된 그는 지난 30년간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연구 개발에 정열을 쏟아왔다.

P&T는 반도체 후공정을 맡은 조직으로, 팹(Fab)에서 전공정을 마친 웨이퍼를 가져와 제품 형태로 패키징(Packaging)하고, 고객 요구에 맞게 테스트(Test)하는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도 TSV, MR-MUF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은 차별화된 제품 성능을 구현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TSV(Through Silicon Via, 수직관통전극)은 D램에 미세 구멍을 뚫어 칩들을 수직관통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에서 매스 리플로우(MR)는 적층된 칩 사이의 범프를 녹여 칩끼리 연결하는 기술이고, 몰디드 언더필(MUF)은 적층된 칩 사이에 보호재를 채워 내구성과 열 방출 효과를 높이는 기술이다.

이런 패키징 기술들은 고성능 반도체인 HBM의 핵심 공정에 적용되면서 그야말로 귀한 몸이 됐다.

“3차 세계 대전에 비유될 정도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도전에 주저하는 순간 누구든 위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항상 성능, 수율, 원가 경쟁력 등 모든 영역에서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자세로 일해야 합니다.”

최 부사장은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핵심 축인 AI 메모리를 혁신하기 위해 ‘시그니처 메모리(Signature Memory)’ 개발을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다양한 기능, 크기, 형태, 전력 효율 등 고객이 원하는 성능을 갖춘 ‘시그니처 메모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HBM 성능의 키 역할을 하는 TSV, MR-MUF 등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메모리-비메모리 등 이종 간 결합을 도와 새로운 유형의 반도체 개발에 기여하게 될 칩렛, 하이브리드 본딩 등 다양한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한계를 두지 않고 도전해 강력한 기술 우위를 보여줄 것입니다.”

칩렛(Chiplet)은 칩을 기능별로 쪼갠 후 각각의 칩 조각(Chiplet)을 하나의 기판 위에서 연결해 반도체의 이종간 결합 및 집적을 돕는 기술이다.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은 더 높은 대역폭과 고용량을 구현하기 위해 칩과 칩 사이를 범프 없이 직접 연결하는 기술로, 데이터 통로가 짧아지고, 같은 공간 안에 더 많은 칩을 쌓을 수 있게 된다.

최 부사장은 2020년 HBM3의 열 방출 솔루션 개발에 도전해 성공, 제품 성능 향상에 기여했다.

그는 챗GPT 열풍으로 늘어나는 D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하게 생산 라인을 확보,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선도 입지 강화에 기여했다.

“지난해 AI 메모리 수요가 갑작스럽게 늘어나면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재빨리 TSV 패키징 라인을 활용해 DDR5 D램 기반의 서버향 3DS 모듈 제품을 추가 투자 없이 증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주저했다면 결코 이뤄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3DS(3D Stacked Memory)는 2개 이상의 D램칩을 TSV(수직관통전극)로 연결해 패키징을 완료한 고대역폭 메모리 제품이다. 3DS와 달리 HBM은 패키징 완료 전에 시스템 업체에 공급되어 GPU와 같은 로직 칩과 함께 패키지화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 부사장의 도전은 해외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4일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패키징 분야 R&D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생산시설 설립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최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팹 구축 및 운영 전략을 짜는 등 핵심 역할을 했다. 앞으로 미국 패키징 공장은 본사에서 전공정을 마친 HBM 웨이퍼를 가져와 완제품을 생산하고, 글로벌 기업과 활발한 개발 협력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현재 팹 설계와 양산 시스템을 구체화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R&D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입니다.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 회사의 AI 메모리 기술 및 비즈니스 리더십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 부사장은 P&T의 주요 임무로 “단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역량을 강화해 HBM 수요에 대응하고, 글로벌 기지를 잘 활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지금 HBM의 핵심인 MR-MUF처럼 혁신적인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최우진 부사장은 혁신의 노하우이자 성장의 지름길로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SK하이닉스 제공


최 부사장은 수십 년간 패키지 분야에 몸담으며 지켜온 철학이자 혁신의 노하우로 '데이터'를 강조한다.

“‘현장 속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P&T 공정 현장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수율을 높일 수 있고, 신제품 개발에 힌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가 성장의 지름길을 안내해 준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