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1일)은 밤낮 길이가 같다는 춘분···완연한 봄 날씨 속에 미세먼지 기승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21 13:56 의견 0

오늘(21일)은 24절기 중 4번째에 해당하는 춘분(春分)입니다. 개구리가 잠을 깬다는 경칩(驚蟄)을 지나 완연한 봄입니다. 서울의 낮 기온은 영상 22도까지 오릅니다. 내일은 더 오른답니다. 어제 매우 탁했던 미세먼지는 옅어졌으나 서울 등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아직 나쁨 수준입니다. 제주를 비롯한 남부엔 약간의 비가 예보됐습니다.

'봄을 나눈다'는 춘분의 뜻처럼 음과 양의 기운이 비슷하며 낮과 밤의 길이도 12시간으로 같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학적으로는 낮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은 3월 17일 무렵이라고 하네요.

봄의 기운이 완연해져 양지바른 곳에 돋아난 냉이나 다래 등 나물을 캐 데치고 삶아 요리를 해서 먹었습니다. 무치거나 국을 끓여 먹으면 입안이 상큼해지지요. 연한 쑥잎도 캐서 쑥버무리나 쑥떡을 쪄서 먹습니다.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양지바른 곳에서 쌓인 누른 낙엽을 뜷고 파란 쑥이 돋아나고 있다. 정기홍 기자

▶ 봄맞이에 슬슬 농사 준비

농촌에서는 춘분을 기점으로 논밭에 뿌릴 씨앗 종자를 골라 파종 준비를 합니다. 예전엔 겨우내 눈과 바람에 허물어진 돌담도 고쳤습니다.

옛 조상들은 춘분을 '나이떡 먹는 날'이라 하여 가족이 모여 송편과 비슷한 떡을 나이만큼 먹었다고 합니다. 한해 농사 시작 전에 머슴들에게 일년 농사를 잘 부탁한다는 뜻으로 나눠먹어 '머슴떡'이라고도 했답니다.

또 조선왕조실록에는 '춘분을 기점으로 조석(아침 저녁) 두끼를 먹던 밥을 세끼로 먹기 시작하고, 추분이 되면 다시 두끼로 환원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춘분 무렵부터 농사가 시작돼 세끼를 먹어야 고된 농삿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또 집집마다 콩을 볶아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콩 볶는 소리에 쥐와 새가 사라져 곡식을 먹지않는다는 믿음 때문이어서라고 합니다.

춘분의 날씨를 보고 농사의 흉풍(凶豊), 장마와 가뭄을 점졌다고 합니다.

조선 중기 유중림이 쓴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하고, 이날은 어두워 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좋으며, 해가 뜰 때 정동(正東)쪽에 푸른 구름의 기운이 있으면 보리에 좋아 보리 풍년이 들고, 청명하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병이 많다고 한다'고 적었습니다.

춘분의 운기(雲氣), 즉 구름 기운을 보고 청(靑)색이면 충해(蟲害), 적(赤)색이면 가뭄, 흑(黑)색이면 수해, 황(黃)색이면 풍년이 된다며 한해 농사를 예상했습니다.

증보산림경제는 또 '이날 동풍이 불면 보리 풍년이 들어 보리값이 내리고, 서풍이 불면 보리가 귀(貴)하며 남풍이 불면 오월 전에는 물이 많고 오월 뒤에는 가물며, 북풍이 불면 쌀이 귀하다'고 서술합니다.

춘분 무렵엔 바람이 아주 셉니다. 이 무렵 어촌에서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거나 나가더라도 멀리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 춘분 속담

춘분에는 날씨가 변덕스러워 바람과 관련한 속담이 많습니다.

'이월 바람에 김치독 깨진다'나 '이월 바람에 검은 쇳불이 오그라진다'는 꽃샘바람을 빚댄 속담입니다. ​꽃샘바람의 유래에는 풍신(風神)이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해 바람을 세게 불게 했다는 속신이 있습니다.

반대로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다'는 춘분이 지나면 날씨가 따뜻해진다는 뜻입니다.

농사 속담으로는 '춘분날 밭을 갈지 않으면 일년 내내 배부르지 못하다'가 있는데, 이는 농사의 시작인 초경(初耕·애벌갈이)을 해야만 한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덧붙이자면, 춘분 무렵에 태양의 간섭현상으로 인한 통신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태양과 통신위성, 지구의 중계 안테나가 일직선으로 놓여, 태양의 전파가 위성신호보다 훨씬 커지면서 통신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수초에서 10여분간 일어나는데 추분 때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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