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대로변 하수구 안에서 여성 노숙인이 기어나오는 모습이 목격돼 필리핀 정가는 물론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필리핀 대통령까지 나서 이 여성의 건강 등 안전 상태를 확인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1일 싱가포르 언론 매체인 더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마닐라의 마카티 지역 대로변 하수구에서 한 여성이 머리를 들이밀며 나오는 모습이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윌리엄 로버츠 씨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달 26일 필리핀 미카타 지역의 번화가 모퉁이 하수구에서 여성 노숙자가 기어 나오는 모습. 사진작가 윌리엄 로버츠 씨 인스타그램

이 여성은 한눈에 봐도 옷과 머리카락 등에 먼지 등이 가득 묻어 지저분했다.

로버츠 씨는 “주변 행인과 운전자, 교통 경찰관이 놀라 지켜보는 가운데 여성이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사진은 로버츠 씨의 인스타그램에 이어 언론 등에서 대대적으로 소개되면서 이 여성의 건강 등 안전 우려가 쏟아졌다.

이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여성의 상태를 확인하라"고 담당 부처에 긴급 지시했고, 사회복지개발부는 마닐라의 한 빈민가에서 이 여성을 찾아냈다.

이 여성은 평소 쓰레기를 수거해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렉스 가차리안 사회복지개발부장관은 지난달 29일 여성을 직접 만나 "작은 가게를 열 수 있도록 8만 필리핀 페소(약 200만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했다.

경찰은 여성이 발견된 하수구에서 또 다른 노숙인들이 이 하수관을 통해 드나드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 하수관이 이들의 이동 통로였던 것이다.

필리핀 당국에 따르면 마닐라의 거주하는 1400만 명 중 노숙인은 300만 명 이상이다.

이들에게 거주지와 끼니 지원 등 기본적인 생활 기반과 함께 아이들의 무료 교육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