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민간업자 일당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에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부당한 지시와 지휘를 통해 수사·공판팀 검사들로 하여금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전날 검찰은 이 비리 사건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민간업자 일당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항소장 제출 시한인 7일 자정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공정을 상징하는 저울추로 만든 검찰 로고. 대법원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31일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각각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또 이 사업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게 징역 5년을,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에게 징역 4년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에겐 징역 6년과 벌금 38억 원, 추징금 37억 2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들 피고인은 모두 항소한 상태다.

성남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당사자인 김만배 씨

이들 검사는 8일 입장문에서 “지난달 31일 대장동 개발비리 관련자 5명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고 수사·공판팀은 항소 기한 내인 7일 항소장을 제출해 항소심 판단을 받고자 했으나 자정에 이르기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공판팀은 1심 재판부조차도 ‘사안에 부합하는 대법원 판례가 없다’고 한 법률적 쟁점들은 물론 일부 사실 오인, 양형 부당에 대한 상급심의 추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중앙지검 및 대검 지휘부에 항소 예정 보고 등 내부 결재 절차를 이행했다”며 “6일 대검 지휘부 보고가 끝날 때까지도 이견 없이 절차가 마무리돼 항소장 제출만 남겨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7일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공판팀에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며 “급기야 항소장 제출 시한이 임박하도록 그 어떠한 설명이나 서면 등을 통한 공식 지시 없이 그저 기다려 보라고만 하다가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함으로써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수사·공판팀은 “마지막 순간까지 대검과 중앙지검의 지휘부가 적법타당한 대응을 할 것이라 믿고 내부 절차를 이행하며 기다렸다”며 “결국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는 부당한 지시와 지휘를 통해 수사·공판팀 검사들로 하여금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없게 됐다. 결론적으로 1심의 형이 유지되거나 그보다 가벼운 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개발 관련 사건과도 연관돼 있다. 때문에 검찰의 이례적인 항소 포기로 인한 정치권의 파장도 예상된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프로젝트 조감도. 성남시

검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던 지난 2014년 8월 유 기획본부장, 남 변호사 등과 공모해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 등 민간업자를 시행자로 선정되게 해 2023년 1월까지 7886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를 받았다.

이들은 대장동 사업에서 성남개발공사가 받았어야 할 적정 배당이익(6725억 원)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확정이익 1830억 원만 배당받게 하면서 민간 업자에 4895억 원의 이익을 몰아주고 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경법상 배임)도 받는다.

이에 이 대통령 측은 이 사건이 드러난 당시 성남시가 확정이익으로 5503억 원을 환수했다며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라고 주장했다.

또 앞서 2013년 7월부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 기획본부장 등과 공모해 성남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직무상 비밀을 이용,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를 시행자로 선정되도록 해 2018년 1월까지 211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옛 부패방지법 위반)를 받았다.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도 발칵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검찰의 항소 포기에 “11월 8일 0시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습니다”라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TV

한 전 대표는 검찰이 7일 자정까지 항소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자 “검찰 수뇌부가 이 당연한 항소를 막거나 방해하면 수뇌부가 반드시 직권남용, 직무유기죄로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