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뽀얀 공사판 '노조 조끼'의 정체···경기경찰, 한노총 건설노조 조폭 상근간부 구속 수사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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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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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총 산하 건설노조에서 활동하던 조직폭력배가 건설사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른바 '얼굴 뽀얗고 온몸에 문신한 노조 간부'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 현장에서 채용을 강요하거나 전임비를 요구하는 노조 활동을 '건폭'(건설현장 폭력배)으로 규정한 이후 첫 구속된 사례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8일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로 인천 지역의 범죄단체인 OOOO파 조직폭력배 A(37) 씨를 구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건설노조 상근직 간부로 취업해 경기남부 일대 건설현장에서 문신을 과시하며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한노총 소속 B건설기계 노조에서 집행부 간부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5월 경기 오산시 세교지구의 건설현장 등에서 노조 법률국장 명함을 제시하며 노조 전임비, 복지비 명목으로 약 1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다.
이 노조는 최근 A 씨를 제명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전신에 문신을 한 채 노조원들과 함께 건설현장에서 소속 노조원들을 채용해달라는 이른바 ‘채용 장사’를 하고 응하지 않으면 장기간 집회를 하거나 경미한 위법 사항에 대해 민원을 제기할 것처럼 위협했다. 협박 대상은 주로 현장 소장들이었다.
A씨는 OOOO파 행동대원으로 과거에도 건설현장에서 금품을 갈취하는 등 유사 범행으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조폭 세력은 인천지역 일대 유흥업소 이권에 개입해 세를 불리다 검찰과 경찰의 합동 단속으로 최근 와해된 범죄단체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31개 일선 경찰서에서 입건 전 조사 중인 건설현장 노조 갈취 사건은 91건에 890여명에 달한다. 경기남부에서 활동했던 한 건설노조 관계자는 “망치 한 번 안 잡아보고 햇볕에 피부가 그을린 자국도 없는 ‘타투쟁이’들이 목수라고 하면서 월정액을 달라고 현장소장들을 협박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건설 현장에 조폭 활동을 했던 30~40대가 들어오면서 선량한 노조 활동도 지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건설 현장의 갈취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과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 강력 단속하라”고 지시하며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워야 한다”고 건설노조 불법 행위를 직접 언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실제 조직폭력배가 노조원 신분으로 갈취 등 범행을 한 사실을 최초 확인했다”며 “이와 별도로 건설현장에서 다수의 전·현직 조직폭력배들의 불법 행위도 확인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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