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5일 쿠팡이 경찰에서 수사 중임에도 개인정보 유출 ‘셀프 조사’ 결과를 일방 발표한 것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선을 넘었다"거나 "국민적 정서를 건드렸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수사 대상인 쿠팡이 경찰보다 먼저 피의자인 정보 유출자를 접촉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 쿠팡

쿠팡은 3300만 개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건과 관련해 이날 “정보 유출자로 지목된 중국인 퇴직 직원이 접근한 계정의 수는 3300만 개이지만 실제 그가 저장한 것은 3000여 개”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휴일인 성탄일에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 장관급 회의를 소집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갑질 의혹 등을 논의했다.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사태 ‘책임 회피’도 회의 소집 이유였다.

회의 분위기는 강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전방위적인 무마 시도를 주시하고 있다", "제대로 손볼 것"이라는 등의 강경 발언이 대통령실 관계자 입에서 잇따라 나왔다.

회의에는 김 실장과 배 부총리를 비롯해 외교부, 산업통상부,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장차관급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배 부총리는 쿠팡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경과와 2차 피해 예방 대책 등을 보고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2차관 주재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주재로 높이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조사 및 엄중 대응과 별개로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플랫폼 기업 등의 정보 유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도 준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한미 관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미국 정가에 로비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핵심 관계자들과 공화당 일각에서 쿠팡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 대응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 시각) 엑스(X)에 "한국 국회가 공격적으로 쿠팡을 겨냥하는 것은 한국 공정위의 추가적인 차별적 조치를 위한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쿠팡이 정부와 수사기관과 협의 없이 개인정보 유출자로 지목된 전 직원을 따로 접촉해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것은 비정상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수사 대상자끼리 접촉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매출의 90% 이상을 올리는 쿠팡이 대미 로비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것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