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새판 짜기①] 지각변동 일까?···샘 올트먼, 삼성 & SK와 AI 칩 협의 '연쇄 회동'

임지연 승인 2024.01.27 12:05 | 최종 수정 2024.02.13 21:53 의견 0

생성형 AI인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삼성과 SK의 최고경영진과 잇따라 회동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샘 올트먼의 소셜 플랫폼 엑스(X. 옛 트위터) 캡쳐

오픈AI사가 자체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또는 글로벌 생산 동맹 구축을 놓고 고심 중인 가운데 이번 연쇄 회동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은 올트먼 CEO를 만나 AI 협력을 직접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올트먼이 26일 회동 직후 한국을 떠난데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양측이 어떤 논의를 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논의 결과에 따라 한국의 반도체 메이커들이 글로벌 AI 반도체 생산 네크워크의 핵심 위치에 오르는 한편, 미국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에 대항하는 새로운 AI 반도체 연합군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AI생태계의 '소프트웨어'를 장악한 오픈AI사가 반도체와 같은 '하드웨어'에서도 주도권을 쥐기 위해 나선 만큼 합종연횡의 결과에 따라 반도체 분야의 '빅 픽쳐'가 다시 그려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늦게 한국을 찾은 올트먼 CEO는 이날 오전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샘 올트먼의 소셜 플랫폼 엑스(X. 옛 트위터) 캡쳐

이 자리에는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이 삼성전자부터 찾은 이유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생산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과 손 잡으면, AI칩 설계 과정부터 생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조달까지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올트먼 CEO는 이날 오후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면담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별도 회동한 뒤 한국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 최태원 회장은 챗GPT의 지역별 특화 서비스를 함께 개발하는 한편, SK그룹이 출시할 예정인 ‘AI 비서’ 서비스도 공동 개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올트먼 CEO는 당초 이번 방문에서 6시간 가량 머물며 반도체 기업 인사들을 만날 계획이었으나, 삼성의 평택 공장 방문이 추가되며 체류 기간도 늘어났다고 한다.

국내에서 출간된 샘 올트먼의 책

올트먼 CEO의 방한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작년 방한 당시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초청으로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알트먼 CEO는 공개 석상에서 "한국 기업과 AI 전용 반도체 개발을 함께하고 싶다"며 "뛰어난 AI칩 개발 능력을 갖춘 건 한국 기업이 전 세계 유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룹 회의를 주재하는 SK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은 26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샘 올트먼 CEO와 회동, AI 협력 방안을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SK 제공

올트먼 CEO는 현재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을 앞세워 AI 반도체 시장을 90% 이상 장악한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를 깨기 위해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또 올해 오픈AI사가 거대언어모델(LLM)인 GPT-4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초고성능 AI 반도체가 대규모로 필요한 상태다.

사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중앙처리장치(CPU) 등 AI용 고성능 시스템반도체를 직접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AI 반도체 구동에 필요한 또다른 주요 축인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매우 강점이 있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양산중인데, 양사의 HBM 시장 점유율이 90%가 넘는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24일(현지시간) 올트먼 CEO가 미국 의회와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 방안 및 부지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오픈AI사는 새로운 공장을 짓는 방안 및 기존 반도체 빅 메이커들과의 협업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고도의 제조업 노하우가 필요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혼자 짓는 것이 불가능한 점을 감안할 때 인텔이나 삼성, 대만의 TSMC 가운데 합작 파트너를 찾을 공산이 크다고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앞서 20일 블룸버그는 올트먼 CEO가 아랍에미리트(UAE)의 G42와 소프트뱅크,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자금 조달 계획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AI칩 제조공장 구축에 필요한 자금 모금을 위해 G42와는 80억~100억 달러 투자를 논의하는 등 잠재적 인베스터들과 협의했다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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