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새판 짜기②]사상 최대 7조 달러 펀딩...올트먼의 '경천동지' 구상?

샘 올트먼, 5조~7조 달러(한화 6,600조~9,300조 원) 펀딩 추진
애플·MS 시가총액 합친 규모보다 1조 달러가 더 많아
칩 설계·생산망 구축 위해, 오일머니 설득 중, 미 정부와도 협의

임지연 승인 2024.02.11 02:21 | 최종 수정 2024.02.11 02:34 의견 0

'7조 달러(한화 9,300조 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샘 올트먼 오픈 AI 최고경영자(CEO)가 AI용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해 이같은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 모집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글로벌 투자업계와 반도체 관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저널(WSJ)은 지난 9일 샘 올트먼 오픈AI사의 CEO가 최대 7조원의 펀딩을 추진중이라고 보도했다. WSJ X 캡쳐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엑스, 옛 트위터)에는 각종 전문가들의 예측과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왜 하필 7조 달러인가"라는 의문부터 "7조 달러, 상상이 안된다. 도대체 그 막대한 돈을 어디에 쓰려는 것이냐" "삼성(3,700억 달러) 같은 기업 25개를 사고도 남는 그 돈을 실제 모금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는 등 온갖 설왕설래와 갑론을박이 요란하다.

"7조 펀딩은 단순히 AI 반도체의 설계 및 생산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완전히 AI로 자동화 하기 위한 생태계를 구성할 모든 회사, 가령 식료품점, 여행사, 은행, 스트리밍 플랫폼, 컴퓨팅 제공업체, 우버 등을 사들이기 위함"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에 앞서 WSJ은 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 올트먼이 5조~7조 달러(약 6,600조~9,300조 원)의 자본 조달을 목표로 예비 투자자들을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올트먼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칩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는 엔비디아에 맞서 자체 AI칩 생산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동에 이어 한국을 찾은 것도 이를 위한 자금 모금 및 생산 방안 협의 차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7조 달러 펀딩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경천동지할 금액이다. 미국 GDP(국내 총생산)의 약 3분에 1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세계 최대 기업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을 더한 것(6조 달러.약 7,980조 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X '@chiefaioffice' 캡쳐


더욱이 작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전체 매출은 5,270억 달러(약 701조 원)수준이고, 2030년쯤 되어야 매출이 1조 달러(약 1.330조 원)를 넘어서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WSJ가 "이번 자금 모금 추진이 세상을 바꾸려는 올트만의 야심찬 계획의 최신 사례"라고 평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올트먼은 이런 자금력을 바탕으로, 초고성능 AI 반도체의 설계 및 생산시설을 건설, 현 반도체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중동의 오일머니를 끌여들여 수년 안에 10여개 반도체 생산시설을 세운 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에 운영을 맡긴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는 설명이다.

올트먼은 특히 AI 업계의 신성으로 주목 받는 아랍에미리트(UAE)의 AI기업 G42 설립자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드 알 나흐얀 국가안보고문을 만나 자신의 사업계획을 설명했다고 한다.

샘 올트먼 오픈 AI사의 CEO는 AI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해 천문학적 자금 모금을 추진중이다. X '@vastlybusiness' 캡쳐


이와 함께 설계는 미국이 맡고, 자금은 중동이 대고, 생산은 아시아 파운드리 업체가 담당하는 새로운 '글로벌 반도체 네트워크'가 성사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수적인 만큼 지나 라이몬도 상무 장관을 만나 이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오픈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MS도 오픈AI의 이같은 구상을 알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고 있다"며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 및 케빈 스콧 최고기술책임자와도 계획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픈AI사는 "반도체 관련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안보적인 측면을 감안, 미국 정부에 꾸준히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현재로선 올트먼의 야심한 계획이 실현될 지 미지수다.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다시 쥐려는 미국 정부가 TSMC의 오픈AI 칩 생산을 허용할 지, 미국 의회의 공화당 쪽에서 중동 기업 G42와 중국과의 관계에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의 AI시장 영향력 확대를 그대로 두고 볼지도 미지수이다.

또 "7조 달러 펀딩은 당장 턱도 없고, 500억 달러 정도만 펀딩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WSJ는 "논의는 초기 단계이고, 잠재적 투자자의 전체 목록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올트먼의 펀딩 노력은 수년에 걸쳐 진행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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