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로 여는 한 주⑤] '사다새(코스타리카)'...체스와프 미워시

임지연 승인 2024.03.24 14:00 | 최종 수정 2024.03.25 09:57 의견 0

사다새(코스타리카)

198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문학사에서 20세기 최고 시인으로 꼽히는 체스와프 미워시.


체스와프 미워시 (Czesław Miłosz, 1911~2004)

(폴란드어 원문)

Pelikany (Costa Rica)

Podziwiam bezustanną pracę pelikanów.

Ich niskie loty nad powierzchnią morza,

Ważenie się w miejscu, nagłe pikowanie

Po upatrzoną rybę, biel wyplusku.

I tak od szóstej rano. Co im widoki,

Co im niebieski ocean, palmy i horyzont.

(Tam, kiedy odpływ, podobne dalekim okrętom

Ukazują się skały i goreją

Barwami żółci, różu i fioletu).

Nie zbliżaj się do prawdy. Żyj wyobrażeniem

Niewidzialnych postaci, które mieszkają nad słońcem

Swobodne, obojętne na głód i konieczność.

(한글 옮김 서린)

사다새 (코스타리카)

내겐 사다새의 쉴 새 없는 노동이 경이롭다.

그들이 바다 위를 낮게 날다가

한 곳에서 가만히 몸을 지탱한다. 사냥할 물고기를 발견하자마자

곤두박질하며 물보라가 새하얗게 핀다.

저렇게 지낸다, 아침 여섯 시부터. 그들에겐 풍경이란 무엇일까?

푸른 바다와 야자수, 수평선이 무엇을 뜻할까?

(거기, 썰물이 빠져나간 자리, 아스라이 비치는 선박처럼

암초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노랑과 분홍, 보랏빛 내뿜으며.)

진실과 너무 가까이하지 말기를. 상상하며 살아가기를,

태양 너머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굶주림과 필연을 초월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존재들.

해설: 서린

매주 한차례씩 서양의 유명한 시를 선정,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해설을 해주는 서린 씨.


굶주림과 필연을 초월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존재들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은 쉴 새 없이 노동하는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알 것 같다. 이따금 책상을 멀리하고 소파에 앉은 채 햇살의 온기와 침묵을 감탄하면서.

*사다새: 통칭 펠리칸으로 더 알려진 조류. 주머니처럼 생긴 커다란 부리로 큰 물고기를 게걸스레 삼키는 장면이 종종 포착된다. 백로 왜가리 따오기와 친척쯤으로 분류된다.

체스와프 미워시 (1911~2004)

“저자나 독자 서로가 숭고한 고통에 시달리지 않으며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형식”의 작품을 쓰고자 했던 폴란드 시인.

신학과 철학, 열망과 절망, 문명과 멸망, 국가와 시민, 그리고 개인적인 고통조차 포괄해 만물을 담을 수 있는 큼직한, 널따란 공간의 시를 갈망했다.

1911년 현재의 리투아니아 셰테이녜에서 출생하여, 빌뉴스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폴란드의 반유대 국가주의를 비판하는 시집 『얼어붙은 신간의 서사시』로 등단했다. 『세 번의 겨울』이란 두번째 시집의 출간으로, 폴란드 최고 시인으로 추앙받는 아담 미츠키에비치(Adam Mickiewicz)와 비견되는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바르샤바에 거주하며, 지하저항운동에 가담했고, 나치를 피해 나온 유대인들을 보호하고 지원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공산주의가 된 폴란드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1951년 정치적인 이유로 프랑스로 망명했고, 1960년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갔다.

시집 『시에 관한 논문』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시집 외에 에세이모음집 『사로잡힌 영혼』, 소설 『이싸의 계곡』 등을 발간했으며, 198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04년 폴란드 크라쿠프 자택에서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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