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해 각각 145%·125%의 전례 없는 상호관세 폭탄을 투척하며 미-중 통상 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측이 미국 소비자를 겨냥해 소셜미디어 심리전을 시작했다.

이들 동영상의 내용은 단순히 판로 개척 의도보다 트럼프가 시작한 대중(對中) 고율 관세를 조롱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중국 남부의 한 의류 제조업체 남자 직원이 지난 13일 소셜미디어 엑스(X)와 숏폼 플랫폼인 틱톡에 게시물을 올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을 정면 비판했다.

이 남성은 유창한 영어로 가죽 가방을 들고 재료인 가죽부터 인건비까지 제조 과정별 비용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3만 8000달러(약 5417만 원)에 판매되는 에르메스의 버킨백이 우리 공장에서는 1400달러(약 190만 원)에 제조 가능하다" 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제조 원가가 1400달러인 이 가방에 브랜드가 붙으면서 3만 8000달러가 되는 것이라고 알렸다.

중국 의류 제조업체 관계자가 SNS에서 서방 명품의 원가와 제조 과정을 공개하는 모습. 3만 4000달러짜리 에르메스 버킨백의 원가는 1395달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엑스(X)

동영상은 “로고만 없고 에르메스 버킨백과 똑같은 품질의 가방이 필요하면 우리에게 구매하라”는 제안했다.

이 업체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공장 직원은 5000명이고 샤넬·에르메스의 주문자 부착생산업체였지만 계약이 만료돼 지금은 로고 없이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고가에 판매되는 서방 명품 브랜드들의 상당수가 중국에서 저가에 제조되고 있다고 알리면서 브랜드값에 판매가가 폭등하고 있으니 중국에서 직접 구매하라는 홍보 영상이 잇따라 올라온다.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 145%의 여파로 중국에서 생산한 생활용품을 사는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 폭등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조롱을 하는 것이다.

이에 에르메스는 “버킨백은 100% 프랑스에서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며 중국 제조 가능성을 부인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여론전은 명품뿐만 아니다.

한 여성 틱톡 인플루언서는 요가 등을 할 때 입는 유명 레깅스인 룰루레몬와 필라, 언더아머 등 글로벌 스포츠 명품의 주문자부착생산 중국 현지 공장을 소개하면서 “시중에서 100달러(약 14만 원)에 파는 룰루레몬 레깅스를 공장가로는 고작 5~6달러면 살 수 있다”고 했다.

한 틱톡 인플루엔서가 100달러짜리 룰루레몬 브랜드 레깅스를 중국 공장에선 5~6달러에 살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엑스(X)

하지만 룰루레몬은 “우리가 판매하는 완제품 중 3%만 중국에서 판매된다”고 반박했다.

이는 중국 측이 미국 소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반감을 갖도록 하는 고도의 소셜미디어 심리전으로, 미중 관세전쟁에서 충분한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섬유 제품 수출국으로 화학섬유 생산량이 전 세계의 70%를 차지한다. 또 중국에서 매년 제조되는 옷은 700억 개(중국섬유공업연합회 집계)로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에 이른다.

반면 미국은 중국산 의류의 최대 수입이다.

중국섬유수출입상회는 지난해 미국이 섬유 제품의 40% 이상(510억 달러, 약 73조 원)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에서 팔리는 의류 중 자국 생산 비중은 2%에 불과하다.

나이키는 자사 신발의 약 18%를 중국에서 제조하고, H&M도 중국과 방글라데시에서 주로 생산한다.

과거 서방 명품 브랜드의 하청 공장이었던 중국의 '센백' 공장 내부 사진. 센백

트럼프가 즐겨 쓰는 빨간 모자. 중국에서 만들며 22달러나 싸게 산다는 것을 적시하고 있다.

해외 주재 중국 대사관들도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통해 미국 때리기에 나섰다.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13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두 장의 그림을 올렸다.

미 주재 중국대사관 소셜미디어

위의 사진에는 ‘China(중국)‘라는 글씨와 함께 KTX와 비슷한 최신식 고속열차 20여 대가 불을 환하게 밝히고 선로 위에 올라서 있다. 하지만 아래에는 ‘USA(미국)‘라는 글씨와 함께 폐차 직전의 낡아빠진 기차가 구불구불한 선로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 계정에는 최근 ‘메이드 인 차이나’ 스티커가 붙은 빨간색 ‘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구호)’ 모자의 가격표가 관세 때문에 27달러 인상된 그림을 올렸다.

또 성조기 무늬 모자를 쓴 미국인이 ‘관세(tariff)‘라는 방망이로 멕시코·캐나다 국기가 붙은 도미노를 무너뜨렸다가 결국 자기도 얻어맞고 넘어지는 모습을 담은 만화 등 트럼프 행정부 조롱 게시물이 집중 올라오고 있다.

대사관 공식 계정에는 주재국 국민과의 우호 관계를 강조하는 홍보 게시물이 올라온다.

하지만 미국이 관세 정책으로 제 발등을 찍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게시물을 적진인 주미 중국 대사관 계정에 올린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지속 강화되면 소셜미디어 등 노출 빈도가 높은 수단을 활용해 미국인들에게 트럼프 관세 정책의 문제점을 집중 알리는 선전전을 더 강력하게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