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부 수억원 수수' 의혹 녹취록 나와···한국노총, 진상조사위 구성

오는 8일 긴급산별대표자회의 소집
당사자?"선거 과정서 고소 당하자 소 취하 위한 음해"
경찰도 배임수재 혐의 내사 착수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02 23:41 의견 0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간부가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설노조)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의 녹취록이 나와 한국노총이 2일 내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오는 8일 오전 긴급 산별대표자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 입장문에서 "그 누구도 옹호할 생각이 없으며,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원칙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이던 강 모 씨가 지난해 9월 한국노총 동료 간부인 A 씨에게 '건설노조에서 3억원을 준다는데 1억원씩 나눠 갖고 나머지 1억원은 (2023년 1월 예정인) 총연맹 위원장 선거에 쓰자'고 제안했다며 관련 녹취록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강 씨가 같은 달 경기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A 씨를 만나 실제로 현금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서류 봉투를 건넸지만 A 씨가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녹취록에는 강 씨가 재차 거절하는 A 씨에게 "받아서 내가 주는 건데 뭘 그래?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 일단 가져가고"라며 계속 권하지만 A 씨가 "아니야, 형"이라며 거절하는 대화 내용이 담겼다.

강씨는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을 지내다가 새 집행부 선출에 따라 지난달 28일 수석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뒤 산하 연맹 위원장 자리만 유지하고 있다.

강씨는 이날 한국노총에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고소당한 A씨가 소송을 취하하기 위해 벌인 음해 같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은 작년 7월 건설노조 위원장의 조합비 횡령 묵인·방조, 비정상적 회계 운영, 조직적 부정선거 지시 등을 문제 삼아 건설노조를 회원 조합에서 제명했다.

건설노조 진병준 전 위원장은 조합비 1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건설노조는 한국노총에서 제명된 뒤 건설 현장에서 영향력이 크게 줄어 한국노총 복귀를 희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에서 "건설노조는 한국노총에 재가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했다"며 이번 금품수수 의혹이 개인의 문제일 뿐 조직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강씨에 대해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때 적용된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입건하기 전 단계로 국민의 의혹 해소 차원에서 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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