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열린 연례개발자회의(WWDC)에서 '비전 프로'를 소개했다. 제품은 내년 초 미국에서부터 출시된다.
'비전 프로'는 혼합현실(MR) 헤드셋으로 애플이 9년 만에 선보인 하드웨어다.
MR은 현실 세계에 가상물체를 겹친 증강현실(AR)을 확장한 기술이다. 애플은 컴퓨터와 모바일에서 해왔던 컴퓨팅 기능을 비전프로를 통해 3차원 공간에서 구현한다.
팀 쿡 CEO는 "컴퓨팅 방식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라며 "맥이 개인 컴퓨터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비전프로는 우리에게 공간 컴퓨팅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비전프로의 외형은 스키 고글과 비슷하다.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전면부와 밴드의 후면으로 나뉜다.
전면부에는 5개의 센서와 12개의 카메라, 6개의 마이크, 2300만 픽셀의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2개가 탑재돼 있다.
두뇌에는 애플의 자체 칩셋 'M2'와 새로 개발한 R1을 장착한 듀얼 칩 구조 반도체가 들어갔다. R1칩은 눈을 한번 깜박이는 시간보다 8배가 빠른 12밀리초 안에 새로운 이미지를 화면에 스트리밍을 한다.
비전프로는 눈과 손, 음성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사용자는 시선을 고정하거나 움직여서 앱을 열 수 있다. 두 손가락을 맞대어 꼬집듯이 앱을 선택하고 손목을 위아래로 움직여 스크롤을 한다. 목소리로도 가능하다.
애플은 이러한 기능이 가능하도록 공간 운영체제(OS)인 '비전OS'를 개발했다.
'비전OS'는 모든 공간을 100피트(30m)까지 확장할 수 있다.
애플은 "디지털 콘텐츠가 마치 실제 공간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면서 "자연광에 동적으로 반응하며 그림자도 드리워 사용자가 공간의 크기감과 거리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시력으로 보는 아이사이트(EyeSight) 기능도 있다.
이는 비전프로를 착용한 사람에게 다가서면 기기가 사용자의 눈을 볼 수 있다. 사용자도 주변 사람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사용자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시각적 표시도 한다.
배터리를 본체와 분리해 무게를 줄였다. 프레임(뼈대)은 초경량 알루미늄을 써서 가볍다.
비전프로에서 '페이스타임(FaceTime·애플이 개발한 영상통화 제품)' 통화를 하면 모든 사람이 실물 크기의 타일로 구현되고 공간 음향도 적용된다. 귀와 가까운 측면 스피커는 음향이 사용자 옆에서 들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사용자들은 같이 영화를 감상하고, 사진을 둘러보거나 프레젠테이션 작업을 위해 협업할 수 있다. 외장 배터리 최대 사용 시간은 2시간이다.
문제는 가격이 너무 비싸 대중성 제품은 아니다.
비전 프로의 가격은 3499달러(457만 원)으로 판매 중인 MR 헤드셋 중 가장 비싸다. 이달 초 메타플랫폼이 선보인 MR헤드셋 '퀘스트3' 가격은 499달러(66만 원)이다.
한편 애플은 이날 최고 성능 칩인 'M2 맥스'와 'M2 울트라'가 탑재된 데스크톱 신작 '맥 스튜디오'와 '맥프로'도 공개했다.
M2 울트라는 이른바 '괴물 칩'으로 불리는 애플의 칩 중 가장 성능이 높다. M1 울트라 보다 20% 빠른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 최대 30% 개선된 GPU(Graphic Processor Unit, 컴퓨터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을 제공한다.
M2 울트라를 탑재한 맥 스튜디오는 M1 울트라를 탑재한 이전 세대 맥 스튜디오 대비 최대 3배 더 빨라졌다. 가장 강력한 인텔 기반인 '아이맥 27'보다는 최대 6배 빨라졌다. 최대 24코어 CPU, 최대 76코어 GPU, 초속 800GB 메모리 대역폭을 기반한 최대 192GB 메모리 용량을 갖췄다.
새로운 맥 프로는 M2 울트라를 기반으로 24코어 CPU와 최대 76코어 GPU를 탑재해 최소 두 배 확장된 메모리와 SSD(Solid State Disk·반도체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를 제공한다.
맥 스튜디오의 가격은 299만 원부터 시작한다. 맥 프로 타워형 가격은 1049만 원, 랙 외장형 가격은 1119만 원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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