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 초교 20대 선생 자살 '의원 연루설' 유포자, 한기호 의원 찾아가 눈물 호소

한 의원 "내가 선처하면 가짜뉴스 용인 선례 돼"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21 18:10 | 최종 수정 2023.07.21 18:17 의견 0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 을)의 '서울 서초구 서이초교 교사의 극단 선택 연루설'을 유포한 여성이 21일 한 의원을 찾아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하지만 한 의원은 "선처를 하면 가짜뉴스 용인 선례가 된다"며 용서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맘 카페에 '한 의원 연루설'을 쓴 여성이 오전 의원회관으로 찾아와 한 의원에게 사과하며 선처를 구했다"고 밝혔다.

초등생 자녀를 둔 어머니라고 밝힌 이 여성은 한 의원이 전날 입장문을 내고 "법적 조치하겠다"고 밝히자 사전 연락 없이 의원회관을 찾아왔다고 한다.

이 여성은 한 의원에게 눈물을 흘리며 봐달라고 했지만 한 의원은 “나는 정치 생명이 끝날 정도로 치명타를 입었는데 개인적으로 찾아와서 용서해달라고 용서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당신은 재미삼아 썼겠지만 그 글을 직접 본 사람만 3만 명이다. 3만 명이 그걸 보고 퍼 나르니까 전국으로 확산한 것 아니냐”고도 개탄했다.

한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선처해주면 나중에 이 정도 거짓말과 가짜뉴스는 용인된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그냥 묵과하면 결국은 부도덕한 사회가 되도록 내가 조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 여성은 이 맘 카페에만 1000건이 넘는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가짜뉴스 논란은 이 여성의 글이 계기가 돼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 여성은 서이초교 1학년 교사 A 씨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처음 알려진 지난 19일 오후 인터넷 맘 카페에 올린 글에서, '강남 고급 아파트에 사는 국회의원 가족 학부모 갑질'을 언급했었다.

교사 A 씨는 앞서 18일 오전 학교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 A 씨의 사망을 둘러싼 소문은 다음날부터 퍼지기 시작했지만 “학부모가 괴롭혔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 오후 7시 25분 회원 41만 명의 한 대형 네이버 맘카페에 "서이초에 새로오신, 초등 1학년 담임선생님이 어제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98년생이시고 25살. ㅜ" 문장으로 시작한 글이 올라왔다. 이 여성이 쓴 글이다.

글은 이어 "A 씨가 맡은 반이 1학기에만 두 번째 담임 교체가 있었고, 한 여학생 학부모가 직전 담임 교사를 괴롭혀서 A 씨가 오게 된 것"이라고 적었다.

이 여성은 "극단 선택을 한 A 씨도 이 여학생의 학부모로부터 갑질을 당했다. 이 학부모가 '내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느냐', '딸이 화장실 가는 거 수시로 체크해서 알려라'고 A 씨에게 했고, 거의 하녀 수준으로 선생님을 괴롭혔다"고 적시했다.

이어 “(해당 여학생 관련) 학폭 때문에 양쪽 학부모에게 시달리다가 교육청에 불려갔는데, 갔다온 다음 날인 어제 학교로 돌아오셔서 자살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 학부모 가족이 3선 국회의원이라는 얘기가 있더라고요(서초 그랑OO 아파트 사신다고 함). 무려 3선 국회의원분 손녀랑 연관되다보니 교육청에서 알아서 기느라 엠바고 걸고 기사 못내게 막고, 그동안 변호사 선임해서 증거 인멸, 합의 시도 중이라고 합니다. 그 와중에 서이초는 담임샘의 자살을 덮으려고 학교 공사를 한다고” 등의 글을 썼다.

이 글은 이 맘 카페에서만 3만명이 넘게 봤고,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와 블라인드 등 인터넷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어 좌파 방송인으로 알려진 김어준 씨는 20일 아침 자신의 유튜브에서 "초교 교사의 극단 선택에 현직 정치인이 연루되어 있다. 국민의힘 소속 3선으로 저는 안다. 전혀 보도가 없다"면서 "곧 실명이 나올 것이고 대단한 파장이 있을 사안이라고 본다”고 부추겼다.

좌파 방송인 김어준 씨의 유튜브 캡처

이후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 이름은 구체적으로 온라인에서 퍼져나갔다.

한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손녀는 중학생이고, 다른 손주는 그 학교에 안 다닌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또한 해당 학교도 A 씨 학급에 두 차례 담임을 교체한 사실도 없었고 A 씨가 교육청에 불러간 적도 없었고, 교육청 엠바고(보도유예) 요청도 없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글을 쓴 이 여성은 20일 글을 수정했다. 바뀐 제목은 ‘서초구 서이초 담임선생님이 자살 관련 서이초 입장문, 국회의원 절대 아닙니다’였다.

그는 수정 글에서 A 씨의 죽음에 관한 구체적 내용도 모두 지웠다. A 씨는 “인터넷에 도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정리해 올린건데 이리 많이 퍼질 줄이야. 학부모 가족이 국회의원일지도 모른다는 추정 글이 있어서 저도 그걸 올렸던 건데, 사실이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의정 활동 열심히 하시는 덕망있는 국회의원이십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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