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울 서초구에 "폭우로 맨홀에 빠져 숨진 남매에게 16억 원 배상하라"

정기홍 기자 승인 2023.12.27 21:09 | 최종 수정 2023.12.28 09:09 의견 0

지난해 여름 폭우가 쏟아진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맨홀에 빠져 숨진 중년 남매의 유족에게 맨홀 관리 지자체인 서초구에서 16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재판장 허준서)는 27일 맨홀에 빠져 숨진 40대 남매의 유족이 서초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도로관리청인 서초구의 책임을 인정해 16억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맨홀에 빠진 두 남매는 지난해 8월 8일 115년 만에 기록적 폭우가 내린 서초구 강남역 근처의 한 건물에서 나와 도로를 건너려다가 맨홀에 빠져 실종됐고 며칠 뒤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남매의 유족은 서초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맨홀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인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라 도로 관리청인 서초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초구는 맨홀 뚜껑이 열린 것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천재지변으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항아리 지형인 강남역 일대에서는 이미 잦은 침수 피해가 있었고 2011년 집중호우 때도 맨홀 뚜껑이 이탈한 적이 있었다며 천재지변이 아닌 서초구의 관리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고인들도 운행하던 차량의 시동이 꺼지자 인근 건물로 피신했다가 비가 그치자 이동해 충분히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었다며 도로를 주의 깊게 확인하지 않은 과실 20%룰 인정했다.

배상액 책정에는 장래에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입이 반영됐다.

사망 당시 만 49세인 누나는 65세까지 약 3억 1천만 원을 벌 수 있다고 봤고, 회계사로 일했던 만 46살 남동생은 65세까지 약 12억 3천만 원을 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총 배상랙은 장례비와 위자료까지 합쳐 16억 4천여만 원으로 책정했다.

서초구청은 "유가족들에게 거듭 위로를 드린다며 항소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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