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2조원이 넘는 영업 적자를 냈다. 연간 반도체 부문 적자 규모는 14조 8,800억원으로 15조원에 다가섰다.
하지만 메모리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D램이 1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점은 고무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조 5,670억원에 그쳐 1년 전보다 84.86%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1일 공시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돈 건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6조 319억 원) 이후 15년 만이다.
이와 함께 연간 매출은 258조 9,3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3% 감소했으며, 순이익은 15조 4871억원으로 72.17% 축소됐다.
삼성전자 측은 “4분기는 스마트폰 출하량은 감소했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과 디스플레이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 덕을 봤다"며 "이에 따라 전사 매출은 전분기 대비 0.6% 증가한 약 67조7800억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은 세트제품 경쟁이 심화되고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효과가 감소했음에도 메모리 실적의 대폭 개선과 디스플레이 호실적이 이어지면서 전분기 대비 3,900억원 증가한 2조 8,247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적자는 2조 1,8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21조 6,9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PC 및 모바일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이 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수요 회복세를 보였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는 전분기 대비 메모리가 회복세를 나타냈다"며 "고객사 수요 회복으로 시장을 상회하는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환산 생산량 증가율)를 기록하고, 감산 정책으로 D램과 낸드 플래시 모두 재고가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DDR5(더들데이터레이트5) ▲LPDDR5X(저전력DDR5X) 등 첨단공정 제품 판매가 크게 늘면서 D램은 4분기 흑자 전환을 이뤘다.
특히 생성 AI 서버 수요 증가에 힘입어 HBM 판매량은 매 분기 기록 경신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와 HBM3E의 선단 제품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상반기 중 판매 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하반기에는 그 비중이 90%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스템LSI는 스마트폰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부품 구매 수요가 늘고, ‘엑시노스 2400’이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모델에 적용돼 3분기 대비 매출과 손익이 모두 좋아졌다.
다만 파운드리는 고객사 재고 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시장 수요가 줄어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DX(디바이스 경험)부문의 4분기 매출은 39조 5,500억원, 영업이익은 2조 6,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 경험(MX)은 신모델 출시 효과가 둔화하며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해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이익이 줄었다.
삼성전자 측은 “4분기는 신모델 출시 효과가 둔화하면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 전분기 대비 매출 및 이익이 줄었다”며 “다만 태블릿 제품의 경우 프리미엄 신제품을 중심으로 출하량이 증가했으며, 웨어러블 제품도 연말 성수기를 활용해 견조한 판매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가전의 경우 시스템에어컨 중심으로 B2B 사업이 성장하고 비스포크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 비중이 개선됐으나, 수요 역성장 속 경쟁 심화로 실적은 둔화됐다.
삼성전자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하만은 소비자 오디오 제품의 성수기 판매가 늘어 매출이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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