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HBM의 가치에 대해 확신을 갖고 끝까지 개발을 이어왔던 것처럼, 저는 앞으로도 급변하는 AI 시대를 이끌어갈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 개발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SK하이닉스 손호영 HBM 어드밴스드 패키지(Advanced PKG)개발 담당 부사장은 27일 회사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반도체 업계의 최대 화두로 꼽히는 AI 메모리인 HBM의 패키징 기술 리더십을 확실히 굳히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데, 손 부사장의 신임 임원 발탁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TSV(Through Silicon Via)로 수직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를 거쳐 현재 5세대(HBM3E)까지 개발됐으며, HBM3E는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성과는 10여 년 전 1세대 HBM 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개발에 힘썼는데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온 덕분에 지금의 5세대 HBM3E와 어드밴스드(Advanced) 패지키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손 부사장은 지난해 HBM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패키지(Advanced Package) 기술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해동젊은공학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드밴스드 패키지(Advanced Package)는 고용량 확보를 위한 웨이퍼 집적도 기술의 한계를 해소하면서 고성능 제품의 시장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등장한 반도체 패키지 솔루션이다.
“지난해 해동젊은공학인상 ‘기술부문’ 수상을 한 것은 저에게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보통 임원이 받는 상을 팀장으로서 최초로 수상했기 때문인데요. 올해 이렇게 임원 자리에까지 올라 책임이 더욱 막중하게 느껴집니다. 지금 제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 이뤄내겠습니다.”
SK하이닉스의 HBM 개발 과정은 처음부터 손 부사장의 손때가 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 기술이라 불리는 TSV와 SK하이닉스 독자 기술인 MR-MUF의 도입 초기 단계부터 개발을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참고로 TSV(Through Silicon Via)는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 구멍을 뚫어 상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 관통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은 적층한 칩 사이에 보호재를 넣은 후 전체를 한 번에 굳히는 공정으로,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기존 방식 대비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인 공정이다.
손 부사장은 다가오는 AI 시대에서도 지금까지 보여준,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급변하는 AI 시대에서 SK하이닉스의 역할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단순 제품 공급자를 넘어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Total AI Memory Provider)’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작년 어드밴스드 패키지 기술을 개발할 때만 해도, 이를 공정 기술과 엮는 통합 작업을 한 조직에서 담당했습니다. 이는 개발 초기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기술이 고도화되고 다양해질수록 효율성과 전문성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별로 특화된 AI 메모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유연성과 확장성이 중요해지고 있어 기존 방식을 벗어난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손 부사장은 AI 기술이 여러 영역에서 활용되는 만큼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 역시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 조직을 세분화하고 각 조직마다 전문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AI를 구현하기 위해 AI 메모리의 특성도 더 다양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어드밴스드 패키지 기술력을 보유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고객의 어떠한 니즈도 충족할 수 있는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손 부사장은 구성원들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며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학계 및 산업계와의 다양한 교류를 통한 외연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저 역시 처음 TSV 기술과 HBM을 개발할 때, 자유로운 환경에서 학계 등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것이 저에게 큰 자산이 됐습니다.”
손 부사장은 지금 맡고 있는 조직에서도 이와 같은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 구성원들 자체로도 이미 훌륭하지만,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글로벌 넘버 1 엔지니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며 “구성원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펼치며 다 함께 성장하는 환경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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