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뉴리더⑧] "기존 메모리의 한계 돌파 '이머징 메모리', AI시대 새 패러다임"

SK하이닉스 차세대 반도체 연구 개발 조직 담당 이재연 부사장 인터뷰

임지연 승인 2024.04.23 08:56 의견 0

“HBM의 중요 요소 기술인 TSV(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 구멍을 뚫어 상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는 15년 전 미래 기술 중 하나로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AI 시대를 예견하고 개발한 기술은 아니지만, 오늘날 대표적인 AI 반도체 기술로 손꼽히고 있죠. 이처럼 우리는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해 또 다른 멋진 요소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합니다.”

SK하이닉스 이재연 부사장은 지금은 미래 반도체 요소기술 개발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이재연 부사장은 최근 이 회사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챗GPT로부터 시작된 AI 열풍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도 큰 기회가 되고 있으며, 지금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패스파인딩에 집중할 때"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연말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조직인 SK ‘글로벌 RTC(Revolutionary Technology Center)’의 신임 임원으로 발탁된 이재연 부사장은 반도체 소자 전문가다.

DRAM 선행 프로젝트 연구를 비롯해 미래 반도체 솔루션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이머징 메모리(Emerging Memory)개발을 이끌고 있다.

이머징 메모리는 D램이나 낸드 플래시와 같은 전통적인 메모리 기술에 비해 새로운 형태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메모리 기술로, 기존 메모리의 한계를 돌파할 새로운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 반도체 산업이 진화해 나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다음 세대 기술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이머징 메모리를 개발하고, 기존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컴퓨팅에 대한 기반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다양한 신기술을 앞세워 이머징 메모리 솔루션을 구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SOM(Selector-Only Memory)이다. 메모리와 셀렉터(Selector)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두 개의 전극과 듀얼 기능 재료(Dual Function Material, DFM)로 구성된 반도체다.

“SOM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D램과 데이터를 저장하고 삭제할 수 있는 낸드플래시의 특성을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격변할 D램과 낸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자성(磁性)의 특성을 이용해 이머징 메모리 중 가장 빠른 Spin(전자가 갖는 스핀 운동 특성을 반도체에 응용하는 기술) 소자의 동작을 구현하는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부사장은 “사람의 뇌를 모방한 AI 반도체인 시냅틱 메모리 분야의 연구 역시 발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이재연 부사장은 미래반도체 개발에서는 협업이 필수적이라며 개방형 협력 연구 플랫폼 구축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제공


그는 “AI 연산 시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의 데이터 이동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을 절감할 수 있는 ACiM(컴퓨팅과 메모리 사이의 경계를 없애는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역시 우리의 연구 분야이며, 이 기술은 최근 학계와 산업계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방형 협력 연구 플랫폼(ORP)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미래 기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의 장(場)으로, 현재 외부 업체 및 연구 기관과 협업을 논의 중입니다.”

이 부사장은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는 단일 회사만의 노력으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산학연 등 다양한 기관과의 협업이 필수적이고,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한 논의가 가능한 새로운 체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리더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AI,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기술의 성장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발생하고 있고, 이와 함께 늘어나는 전력 사용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에 대한 연구와 고민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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