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월대보름(上元)입니다.
상원(上元)이란 중원(中元·음력 7월 15일 백중날)과 하원(下元·음력 10월 15일)에 대칭이 되는 말입니다.
이날은 아침에 오곡밥과 함께 나물류를 해먹고, 호두와 땅콩 등 부름을 깨 먹는 전통 풍습이 있습니다. 저녁 무렵엔 만든 달집을 태우고 큼지막한 둥근 달을 보며 한 해의 소망을 담은 날입니다.
예전에는 설날 만큼이나 비중을 크게 뒀던 세시풍속날이었습니다.
중년층 이상이면 어릴 때 조리를 들고 옆집에 오곡찰밥을 얻으려 다니던 추억이 기억으로 떠오르는 날이기도 합니다.
젊은 독자께선 잘 모를 것 같은 조리(笊籬)란 '쌀을 이는 데에 쓰는 기구입니다. 가는 대오리나 싸리 등으로 결어서 만드는데 아주 작은 삼태기 모양입니다.
달이 뜨는 저녁 무렵엔 달집태우기를 합니다. 일년 중 가장 크다는 달을 보며 한해의 액운을 떨치고 가족이 안녕하기를 빌지요.
한 가정에서 차린 간편 대보름 음식들. 사이렌스 DB
정월보름날 먹는 음식들은 요즘 것으로 말하면 모두 건강식입니다.
오곡밥과 각종 나물 무침이 그렇고, 부름이 그러합니다.
못 살아서 못 먹던 시절엔 긴 겨울을 지나면서 부족해진 영영소를 채우자는 의미가 담겼는데, 이 모든 것이 건강식이라며 요즘 사람들이 애써 찾아 먹는 음식입니다.
오곡밥은 요즘 집집마다 챙겨먹는 현미밥 격이고, 나물류는 채식이고, 부름은 견과류입니다.
오곡밥은 찹쌀과 차조, 찰수수, 찰기장, 붉은 팥, 검은콩 등을 넣고 지어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합니다. 색깔이 각기 다른 것을 넣는다고 합니다.
햇볕에 말린 묵은 나물을 먹는 이유는 여름내 더위 먹지 않고 건강을 지키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짝수가 아닌 홀수로 준비하는데, 나물에는 비타민, 식이섬유, 철분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 겨울철 부족했던 원기를 북돋아줍니다.
부름은 영양가가 많은 견과류이지요.
이 정도이면 정월대보름을 안 챙길 이유가 없겠네요.
덧붙이면 호두는 이가 강해져라고, 술은 귀 밝아져라고, 엿도 먹는다는데 얼굴 등에 나는 버즘을 막아준다고 믿었습니다.
오늘 하루 오곡밥도 먹고, 부름도 깨 먹고, 보름달도 즐기십시오.
쥐불놀이, 지신밟기 등 민속놀이도 있습니다. 논과 밭둑에서 쥐불놀이를 하면 풀숲과 흙 속에 숨은 병해충이 불에 타 죽고, 논밭에 숨어있다고 여긴 잡귀들도 쫓아낸다고 믿었습니다.
올해는 정월대보름을 축복하듯 대지에 눈까지 소복히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