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계 대부'로 불리던 코미디언 전유성 씨가 7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5일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따르면 고인은 폐기흉으로 전주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했다가 증세가 악화돼 이날 오후 9시 5분 세상을 떠났다.

기흉은 폐에 생긴 기포(공기주머니)가 터지면서 흉막에 공기가 새어 들어가 그 압력으로 폐의 일부분이 수축하는 질환이다.

전유성 씨가 최근 야윈 모습으로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다.

과거 폐렴을 앓았던 고인은 코로나19 후유증으로도 고생해왔다. 최근에는 기흉으로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고인은 서라벌예술대학(중앙대에 합병) 연극연출과를 졸업하고 1968년 TBC '쑈쑈쑈'의 방송작가로 데뷔한 뒤 다음 해 코미디언으로 전향해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개그콘서트'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KBS의 간판 개그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의 원안은 그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예원예술대 교수, MBC 라디오 '여성시대', '지금은 라디오시대' MC를 맡기도 했다.

희극인을 코미디언이라고 부르던 시대에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PC통신 시절 ID도 ‘개그맨1’로 쓸 정도로 희극을 사랑했다.

개그맨 지망생들을 모아 양성하고 무대에 오를 기회를 주면서 '개그계 대부'로 불려 왔다.

예원예술대에선 조세호, 김신영 등 많은 후배를 길러냈다.

경북 청도와 전북 남원에서 ‘코미디 철가방극장’을 비롯한 지역 축제와 공연 활동을 벌였다. 2013년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명예위원장을 맡았다.

1997년 국무총리 표창과 2004년 MBC 연기대상 라디오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후배 김지선 씨는 전유성 50주년 기념 공연 간담회에서 “결혼할 때 청첩장을 직접 디자인해 주셨다. 모든 후배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엄용수 씨는 “준비가 없어 보이지만 늘 파격과 신선함을 보여주신 분”이라며 그를 기렸고, 김학래는 “코미디 역사의 한 부분을 이룬 대단한 인물”이라고 했다.

정선희 역시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기회를 엄청 많이 주신다”며 “극단, 극장 활동을 통해서 후배들한테도 계속 (기회를 주신다). 내게도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해주신 분이 전유성 선배님이다. 생활에 쓰이는 단어나 어휘가 다른 사람과는 달라야 한다고 했다. ‘총알을 많이 가지고 있으라, 할 수 있는 말의 범주를 넓히라’고 했다”고 표현했다.

최근 그의 야윈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돼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고 지난달 부산코미디페스티벌 부대행사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건강 악화로 직전에 불참했다.

고인은 2023년 산문집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을 펴냈다. 그는 희극인으로 사는 것을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사는 것”, “남들이 당연하다 여기는 것에 물음표를 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딸 제비 씨가 있으며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진다. 고인이 생전 활발히 활동했던 KBS 일대에서 노제를 지낼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