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의 성매매 업소 밀집지인 ‘미아리 텍사스’의 마지막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이 일대에는 최고 46층 2201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다.
'미아리 텍사스'가 지난 1960년대부터 형성됐으니 70여 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동안 도시 슬럼화, 범죄 등 각종 사회 문제의 상징 지역이었다.
성북구는 지난 19일부터 미아리 텍사스(하월곡동 88번지) 일대 마지막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고 24일 밝혔다. 구는 앞서 지난 4월 주택, 상가 등을 먼저 허물기 시작했다.
서울 성북구 철거 반원들이 미아리 텍사스촌 철거 작업이 나서고 있다. 성북구
오랫동안 성매매 업소가 밀집됐던 미아리 텍사스는 1960년대 형성되기 시작했다.
성매매 업소가 많았던 서울역 앞과 종로3가 일대가 개발되면서 이곳 업소들이 미아리 텍사스로 하나 둘씩 옮겨왔다.
주소지는 성북구 하월곡동이지만 근처 미아리 고개의 이름을 따 미아리 텍사스촌으로 불렸다. 1980년대엔 성매매 업소가 350개쯤 돼 번성했다.
재개발 행보는 지난 2009년 시작됐다.
서울시는 미아리 텍사스 일대 5만 6000㎡를 ‘신월곡 제1구역’으로 지정하고 재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철거는 쉽지 않았다.
성매매 업주와 여성들이 반발하면서 사업이 지속 지연됐다.
이에 성북구는 가게 문을 닫는 성매매 업주에게 이사비로 2000만~3000만 원을 지급하고 성매매 여성에게는 자활비로 최장 1년간 매달 210만 원씩의 당근책을 마련해 지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개발조합과 철거를 거부한 일부 업소는 명도 소송을 벌이며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성매매 업소는 하나둘 빠져나가고 4곳만 남았다.
성북구는 내년 4월까지 이들 성매매 업소를 철거한 뒤 내년 하반기 재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미아리 텍사스를 포함한 신월곡 1구역에는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 2201가구가 들어선다. 일반상업지역으로 분류돼 용적률 679%가 적용된다.
서울 성북구 ‘신월곡 제1구역’에 들어설 아파트 단지 조감도. 서울시
지하 6층~지상 46층, 11개 동으로 2201가구(임대 197가구 포함) 규모다. 아파트는 물론 오피스텔(170실), 상업 및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을 함께 공급하는 복합개발 형태로 추진된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이 '지하 스트릿몰’을 통해 단지와 연결된다.
이르면 오는 2027년 이곳을 지나는 동북선 경전철도 개통될 예정으로 이용 가능할 전망이다.
성북구는 오랜 숙원인 미아리 텍사스 철거로 성북의 관문에 새로운 주거 단지가 만들어지면 지역 중심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