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폭락 사태' 권도형, 몬테네그로 법정 먼저 선다…몬테네그로서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

현지 검찰, 법원에 구금 연장 청구
송환까지 장기전 불가피 전망
"몬테네그로 '위조여권' 처벌 먼저"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4.21 14:03 의견 0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신병을 확보 중인 몬테네그로 검찰이 그를 여권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현지 일간지 '포베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검찰은 이날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씨 등 2명을 공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법원에 이들의 구금 연장을 청구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테라의 공식 유튜브 캡처

전 세계에서 50조원이 넘는 투자자 피해를 일으킨 권 대표는 도주 11개월 만에 지난달 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붙잡혔다.

세르비아에 숨어 있던 그는 좁혀오는 수사망을 피해 몬테네그로로 넘어와 포드고리차 공항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검거됐다.

몬테네그로 현지 경찰은 권 대표 등이 사용하던 코스타리카 여권이 위조 여권인 것을 확인하고 체포했다.

수하물 검사 과정에서 벨기에와 한국 여권도 발견됐다. 인터폴 조회 결과 벨기에 여권 역시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권 대표 등에게서 노트북 3대와 휴대전화 5대를 압수했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이튿날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여 권 대표 등의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 연장했다.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기소됨에 따라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대한 국내 법적 처벌은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로선 권 대표에 대한 몬테네그로의 사법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에나 다른 나라로 신병이 인도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권도형이 여권 위조 사건에 대해 몬테네그로에서 형을 선고받으면, 형기를 복역해야만 인도를 요청한 국가로 인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공문서위조가 유죄로 확정되면 최저 3개월에서 최고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다만 5년 징역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고, 실제 판례상 일반적으로 징역 6개월이 선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표의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인 보이스라브 제체비치 변호사는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여권 위조 사건과 관련해 "1심 판결이 불만족스럽다면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권 대표 측이 최대한 방어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실제 송환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코바치 장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권 대표의 몬테네그로 국경 출입국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현지 언론매체가 전한 공소장에는 관련 혐의가 담기지 않았다.

앞서 주요 외신 보도를 통해 권 대표가 체포 직후 기소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현지 검찰은 아직 기소 전 단계라고 정정한 바 있다.

경찰이 공문서위조 혐의를 달아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긴 것을 주요 외신에서 기소했다고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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