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센 질책을 받았던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4일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우려도 함께 표명했다.

공공기관장이 대통령의 공개 면박에 SNS를 통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며 반박 성격의 글을 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KTV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2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KTV

이 사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주말 동안 지인들로부터 ‘그만 나오라는 뜻 아니냐’는 연락을 수도 없이 받았다”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인천공항 전문가들이 무능한 집단으로 오인될까 싶어 글을 올린다”고 썼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열린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업무 보고 도중 이 사장에게 불법 외화 유출 방지 대책을 물었다.

이 대통령은 "보안 검색 과정에서 책갈피에 숨긴 100달러짜리 지폐를 발견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이 사장은 "외화 유출은 우리 업무가 아닌 세관 업무이지만 발견되면 세관에 통보하고 그 사례도 있다. 관세청과 논의하겠다"는 정도로 답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생각한 답이 나오지 않고 준비 자료를 보며 답변하려는 이 사장의 말을 끊고 "써준 것만 읽지 마시라"거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꼬는 투로 질타했다.

이어 뜬금없이 "임기가 언제까지냐"고도 했다.

이 사장이 "2023년 6월에 갔고, (임기는) 3년"이라고 답하자 "내년까지냐.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그렇게 정확하게 하고 있지 않은 느낌"이라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의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도 이 사장이 사업 진척도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않자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자료에) 쓰여있는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네요. 됐습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다음은 이 사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답변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고 해명한 내용이다.

이 사장은 "당시 당황해서 답변하지 못했지만, 불법 외화 반출 단속은 기본적으로 '세관'의 업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공항의 보안 검색 업무는 칼, 송곳, 총기류, 라이터, 액체류 등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위해 품목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검색 과정에서 외화 뭉치가 발견되면 세관에 인계할 뿐, 종이인 지폐 자체는 보안 검색의 주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공항을 30년 다닌 직원들도 보안 검색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책갈피 속 달러 검색 여부는 모르는 내용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대통령의 질책과 지시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일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셈이 되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대통령이 방지 해법으로 제시한 '100% 수하물 개장 검색'에 대해서는 "전수 개장 검색을 시행할 경우 공항 운영이 마비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세관과 현실적인 방안이 있는지는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집트 후르가다 공항 입찰'과 관련해 "업무 파악도 못 한다"고 질타받은 것도 해명했다.

이 사장은 "공항의 수요와 전망 등을 구체적으로 질문하셨지만 해당 사업은 아직 입찰 공고조차 나오지 않은 초기 준비 단계"라며 "입찰도 안 나온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수요 조사를 미리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저 역시 아직 보고받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 "입찰 공고가 나오면 예산을 투입해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인천공항은 해외 공항 입찰 평가에서 기술 점수가 매우 탁월한 참여자"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