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교육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한 ‘환단고기’ 발언의 파장이 확산되자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관련 발언은 해당 주장에 동의하거나 연구·검토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환단고기'는 고대 한민족이 한반도를 넘어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했다는 주장을 한 역사서다. 주류 역사학계는 인용 문헌 출처가 불명한 점 등을 들어 1979년 이유립에 의해 창작·수정된 위서(僞書)라고 결론을 내렸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의 역사관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은 그 역할을 다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KTV
김 대변인은 "역사 관련 다양한 문제 의식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고, 분명한 역사관 아래에서 국가의 역사관을 수립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그 역할을 다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질문"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야권의 비판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관점의 차이라고 하는 건 백설공주가 실존인물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대표는 이날 "환단고기는 신앙의 영역이지 역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학계에서 위서로 규정된 거"라며 “대통령이 뭐든지 믿는 건 자유이지만 개인의 소신을 역사에 강요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사이비 역사를 검증 가능한 역사로 주장할 때 대화는 불가능해진다”라고 조언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이 대통령을 겨냥해 "무식한 권력자가 전문가와 국민을 가르치려 들 때 사고가 터진다"며 "이 대통령의 '환단고기' 사태는 '논란이 아닌 것'을 '의미있는 논란이 있는 것처럼' 억지로 만들어 혼란을 일으킨 이 대통령의 무지와 경박함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 말대로라면 (지구가 구체가 아니라는) '지구평평설', (인류가 달에 가지 않았다는) '달착륙 음모론' 같은 것들도 논란이 있으니 국가기관이 의미있게 다뤄줘야 하는 것이 된다"고 이 대통령에게 일갈했다.
또 "이 대통령이 과거 환단고기 진서(眞書)론자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여러 번 냈던 것을 보면, 이 대통령이 실제로 환단고기 진서론을 믿는 것이거나 이 대통령 표현대로 본인이 '환빠'일 수도 있다”며 “대통령직은 설익은 자기 취향을 보이는 자리가 아니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전날 "환단고기는 위작이다. 1911년 이전 어떤 사료에도 등장하지 않고, 근대 일본식 한자어가 고대 기록에 나오며, 고고학적 증거와 정면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단고기가 역사라면 반지의 제왕도 역사"라고 꼬집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2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역사 교육과 관련해선 ‘환빠’ 논쟁이 있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이사장이 "들은 바 없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환단고기 연구하는 사람들 보고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나"며 "동북아역사재단은 특별히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고 질책했다.
박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