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 등 HPC(고성능컴퓨팅)를 육성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수립됐다. 슈퍼컴퓨터 개발에 필요한 선도 수준의 주요 핵심기술을 18개까지 확보한다.
최근 AI(인공지능)와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급증하는 HPC 수요에 대응하고 그동안 외국산에 의존해온 기술을 자립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제12차 국가초고성능컴퓨팅위원회를 열고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추진할 '제3차 국가초고성능컴퓨팅 육성 기본계획'을 심의·확정 했다. 제3차 기본계획은 4대 중점 방향과 10대 추진 전략, 22개 세부 과제로 구성됐다.
이번 계획은 엑사스케일(1초에 100경번 연산 가능한 슈퍼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HPC 기술력과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생성형 AI가 급속히 산업화 하면서 기반이 되는 초거대 AI 학습과 구현에 쓰이는 HPC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오픈AI가 출시한 생성형 AI인 '챗GPT'의 AI 모델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클라우드의 슈퍼컴 시스템을 통해 학습을 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800개 스타트업 및 수만명의 SW(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협력해 올해 안 부분가동을 목표로 슈퍼컴퓨터를 구축 중이다.
일본에서는 일본이화학연구소(RIKEN)와 후지쯔가 개발한 슈퍼컴퓨터 '후가쿠'를 이용, 일본어 데이터 중심으로 초거대 AI 기반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동안 슈퍼컴퓨터 용량 1위를 지키다가 1엑사플롭스를 넘긴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프론티어'에 자리를 넘긴 상태다.
우리나라는 슈퍼컴퓨터 등 HPC 제품과 솔루션을 외국산 제품에 의존해 왔다.
대규모 투자로 자체 개발하기엔 기술력이 부족하고 시장 수요도 한정돼 있어 필요한 부분만 활용하거나 요소기술 개발에 그쳤다.
하지만 데이터가 폭증하고 AI가 부상하면서 세계경제도 블록화가 뚜렷해지면서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력 확보 필요성이 커졌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는 등 기술 로드맵을 수립한다.
현재 9개 관련 분야에 선도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는 2027년까지 18개까지 늘린다.
우선 프로세서, 초고속 연결망(인터커넥트), 메모리 관리기술, 냉각시스템 등 엑사스케일 컴퓨팅 환경에 필요한 이기종·저전력 기반 HW(하드웨어)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
또 이종 컴퓨팅 환경에서 데이터 집약형 응용을 위한 고확장성, 고효율성, 고신뢰성 슈퍼컴퓨팅 소프트웨어(SW)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AI반도체와 인메모리 컴퓨팅 및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도 같이한다.
초고성능컴퓨팅 연구개발 성과의 적용과 확산을 위해 공공 수요를 창출하고, 국산기술의 실용화 촉진을 위해 신기술을 적용한 고성능컴퓨팅 제품 시험·인증 제도를 마련한다.
중요하고 긴급한 현안 지원을 위한 패스트트랙 제도도 도입한다.
초고성능컴퓨팅 자원의 양적·질적 강화도 한다.
입찰을 앞둔 국가슈퍼컴퓨팅센터(KISTI)의 슈퍼컴퓨터 6호기를 연내 구축·운영 하고 7호기 도입도 준비하기로 했다.
기술 개발·활용·운영을 수행할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다양한 협의체를 운영해 초고성능컴퓨팅 생태계 기반을 확충한다.
초·중·고교생 및 과학영재 대상 교육콘텐츠 개발, 청소년 대상 체험 프로그램 확대도 한다.
다만 기획 단계에 포함됐던 HPC대학원 신설은 최종안에서 빠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하는 초고성능컴퓨팅의 특성상 별도의 대학원을 둘 필요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돼 반영했다.
또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는 기업을 현재 1500곳에서 2027년까지 1800곳까지 늘린다.
오태석 과기정통부 차관은 "초고성능컴퓨팅은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에 핵심 인프라를 넘어 전략자산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3차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경제, 사회 전반의 초고성능컴퓨팅 역량 강화와 활용 저변 확대로 과학기술 선도국가 실현에 한발 더 다가가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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