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계현 사장 "5년 내 TSMC 잡겠다…슈퍼컴퓨터도 할 것"

카이스트 특별강연 밝혀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5.05 16:13 | 최종 수정 2023.05.05 17:24 의견 0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대표(사장)가 5년안에 파운드리(반도체 위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를 잡고 메모리 반도체의 옛 전성기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경 사장은 지난 4일 오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 정근모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삼성 반도체의 꿈과 행복: 지속 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에서 "파운드리에서 TSMC가 우리보다 훨씬 잘하고 있고 냉정히 말하면 4나노(1㎚=10억분의 1m)에선 2년가량 뒤져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TSMC가 우리와 같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을 채택하는 2나노에서는 같은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간을 5년으로 보았다.

삼성전자 DS부문 경계현 대표(사장)가 4일 KAIST에서 '꿈과 행복의 삼성반도체: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GAA 기반의 3나노 1세대 반도체 양산에 들어갔다.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소비전력과 면적은 각각 45%, 16% 줄고, 성능은 23%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GAA 3나노 2세대'를 기반으로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

반면 3나노에 기존 핀펫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TSMC는 오는 2025년 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도 비슷한 시기에 2나노 양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경 사장은 이날 삼성의 GAA 경쟁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3나노 2세대 GAA 공정의 주요 고객과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핀팻보다 GAA가 파워 등의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며 "3나노 2세대를 양산한다면 빠르면 내년 말부터 할 수 있고 GAA의 고객 반응도 굉장히 좋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고객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한편 삼성전자는 '반도체 한파'로 메모리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1~3월)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 5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D램 등 메모리 재고가 많아진 점이 악영향을 미쳤다.

경 사장은 "D램, 낸드플래시가 여전히 1위지만 7~8년 전과 비교하면 좀 약해진 상황이다"며 "제 생각엔 5년을 목표로 잡고 다시 전성기를 찾고, 투자 역시 아낌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치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반도체에서만 9조 8000억원이 반도체에 투자됐다.

메모리의 경우 중장기 공급성 확보를 위해 경기도 평택 3기, 선단 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4기 인프라 투자 등이 진행됐다. 파운드리 부문은 미국 텍사스·평택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됐다.

경 사장은 메모리 초격차 확보를 위해 '패키징' 기술력을 키우겠다 전략도 언급했다. 그는 "반도체 공정 미세화가 어려워지면서 패키징을 통해 성능을 높여야 한다"며 "5년 뒤면 서버향 CPU(중앙처리장치)뿐 아니라 모바일도 멀티칩으로 갈 것이고 이를 위해 어드밴스드패키지팀을 만들었고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AI) 서버에서의 메모리 반도체 중요성도 강조했다. 경 사장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대부분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쓰고 있는데 엄청 바쁘게 일할 줄 알았는데 대부분 놀고 있었다"며 "메모리에서 데이터가 와야 GPU를 쓸텐데 지금은 GPU 리미트(한계)가 아닌 메모리에 리미트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경 사장은 이어 "삼성종합기술원에서 2028년까지 메모리가 중심이 되는 슈퍼컴퓨터를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며 "그래서 CPU도 정말 바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꾸며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경 사장은 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삼성전자의 전략을 묻자 "기회일 수도 있고 위기일 수도 있는데 현재 변곡점을 잘 헤쳐나가면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며 "디테일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기회를 만들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강연 현장에는 150여명의 카이스트 학생들이 참여했으며 온라인으로는 1800여명의 학생이 참가를 신청했다.

삼성전자는 카이스트를 시작으로 향후 다른 학교에서도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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