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벌떼입찰’로 아들 회사 부당지원 호반건설에 608억 과징···공소시효 지나 검 고발도 못해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6.15 17:13 의견 0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한 뒤 입찰에 참여해 낙찰 확률을 높이는 이른바 ‘벌떼입찰’로 아들 소유 회사를 부당지원한 호반건설에 600억 원 과징금이 부과됐다.

호반건설은 이 방식으로 장남과 차남이 소유한 회사에 1조 원이 넘는 이익을 몰아줬고, 이는 경영권 승계로 이어졌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면서 검찰에 고발은 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호반건설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과징금 608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근거는 벌떼입찰 등 부당지원이다.

호반건설 시옥. 호반건설 제공

공정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2010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공공택지 시행사업 입찰에서 51건을 '벌떼입찰' 방식으로 낙찰을 받았다. 당시 상당수 공공택지 공급은 추첨으로 이뤄졌다.

호반건설은 이를 활용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 수준의 계열사를 다수 설립했다. 호반이 동원한 회사는 무려 34곳이었다. 이들 계열사와 비계열사까지 동원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당첨 확률을 높였다.

호반건설은 벌떼입찰을 통해 공급을 받은 공공택지 중 경기 의정부·김포·동탄 등 23곳을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에 양도했다. 총 1조 7133억원이다. 호반건설주택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장남이, 호반산업은 김 회장의 차남이 소유한 회사다. 전매한 가격은 낙찰에서 공급 받은 가격과 같았다.

이후 호반건설주택과 호반산업이 이들 택지에 아파트를 건설한 뒤 분양해 벌어들인 매출은 5조 8575억원이고, 분양 이익만도 1조 3587억원에 이른다.

이들 회사는 시행사업 경험이나 역량이 부족했으나, 호반건설이 업무와 인력을 지원하면서 분양까지 마쳤다.

김 회장은 이 과정에서 증여세도 피했다.

김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각각 소유한 회사는 공공택지 분양으로 매출이 크게 늘었고, 국내 건설시장에서의 점유율도 확대됐다.

이를 근거로 지난 2018년 호반건설이 호반건설주택을 흡수합병할 때 합병비율은 1:5.89로, 호반건설주택이 더 높게 평가됐다.

호반건설주택의 최대 주주였던 장남은 단번에 모회사인 호반건설 지분 54.73%를 보유하게 되면서 경영권 승계까지 완벽히 이뤘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호반건설주택을 만든 것부터 경영권 승계 목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논란거리가 됐다.

공정위 조사관리관실은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전원회의에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호반 측 주장이 받아들렸다.

호반건설주택이 분양에서 이익을 얻은 시점이 아닌 이보다 앞선 호반건설과 호반건설주택 간에 공공택지 전매 시점(2015년)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따졌다.

형행 형사소송법 공소시효는 5년이다. 조세범처벌법은 별도로 조세포탈 등에 대해 공소시효를 7년을 적용한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엔 이 같은 법 규정이 없어 과징금은 부과하지만 고발은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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