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배달된 '유해 물질(독극물) 의심 우편물'과 비슷한 우편물이 경남과 제주, 대전,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서도 신고돼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우편물은 타이완에서 발송됐는데 발신자는 확인되지 않는다. 우편물에 담긴 물질은 무색, 무향의 기체로 추정된다.
21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8분쯤 함안 건설업체 대표 A 씨는 "해외에서 온 수취인 불명의 우편물이 의심스럽다"며 함안경찰서 칠원지구대에 신고했다.
지난 20일 직원들이 국제 우편물을 열다가 어지러움증을 호소한 울산의 한 복지시설. 울산경찰청 제공
A 씨는 두 달 전 수취인 불명의 해외발송 우편물을 받아 자신의 회사에서 보관하다가 전날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해외 우편물을 개봉한 직원 3명이 호흡곤란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신고는 울산 등보다 늦었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우편물 중 가장 먼저 배달된 우편물이다.
경찰은 즉시 해당 우편물을 칠원공설운동장으로 옮기고 군, 소방과 함께 우편물에 대한 화생방 간이검사를 했다. 독극물 반응 등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우편물 안에는 구겨진 코팅 종이가 나왔고 그 종이에서도 별다른 이상 반응이 감지되지는 않았다. 경찰은 우편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다.
21일 경남 함안의 건설업체 대표가 신고한 발신인 불명의 우편물. 경남경찰청 제공
21일 오전 11시 18분쯤 대전시 동구 주산동의 한 주택에서도 타이완 타이페이에서 온 우편물을 받았다는 신고가 대전소방본부에 접수돼 유해화학물질 공동대응단을 투입해 테러 의심 우편물 3개를 수거했다.
21일 대전 동구 주산동의 한 가정집 우편함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
이상 대전소방본부 제공
인천에서도 테러로 의심된다는 국제우편물 신고가 접수돼 관계기관이 조사에 나섰다.
또 같은 날 오후 3시 26분쯤 인천 부평구 부개동의 한 주택에서도 타이완에서 배송된 테러 의심 우편물이 배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20일 밤 9시쯤 한 30대 남성이 "해외에서 택배를 받았는데 울산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것 같다"고 제주 오라지구대에 신고했다.
이 남성은 "지난 11일 타이완에서 소포가 왔는데 내가 주문한 적 없는 것이었다"며 "버리려던 참에 울산에서 비슷한 우편물이 발견된 것을 보고 신고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이 가져온 우편물은 울산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발견된 우편물과 유사한 노란색 봉투로, 안에는 튜브형 화장품 2개가 투명 지퍼백에 들어 있었다. 발신지는 타이완으로 같았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은 지퍼백을 개봉하지 않고 폭발물, 방사능, 화학물질, 생화학 등 검사를 한 결과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제주도와 경찰은 이 우편물을 군 헬기를 이용해 국방과학연구원으로 보냈다. 정밀 검사 결과는 2주 이상 걸릴 전망이다.
또 지난 20일 낮 12시 33분쯤 울산 동구 서부동 한 성인발달장애인 거주시설에 타이완에서 보낸 우편물이 도착해 이를 열어본 직원 3명이 호흡곤란 및 마비증세를 보였다.
이 시설 소속 3명 직원들의 호흡은 정상적으로 돌아왔으나 마비증상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경찰은 소포로 발견된 가루 등을 토대로 수사에 나서고 있으며 관할 보건소가 현장에서 분석을 진행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외국에서 주문하지 않은 우편물이 올 경우 절대 열어보거나 이동시키지 말고 즉시 112나 119 등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