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중앙우체국서 1700명 대피···전국서 타이완발 독극물 의심 우편 배달 잇따라

울산서 첫신고···피해 사례 접수는 없어
우정사업본부, 유사 국제 우편물 반입 중단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21 22:40 | 최종 수정 2023.07.21 23:31 의견 0

지난 20일 울산에서 티이완발 국제 우편물을 열었다가 3명이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독극물 의심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국에서 유사 우편물을 받았다는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 국내에 가장 먼저 배달된 것은 두 달 전 경남 함안군의 한 업체에 배달 된 것으로, 수취인 주소가 없어 우편물을 뜯지 않고 있다가 울산 우편물 소식에 21일 신고했다.

21일 서울 명동의 서울중앙우체국에서는 의심 신고가 접수돼 17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들 우편물의 공통점은 타이완에서 발신된 노랗거나 검은 봉투에 싸인 소포다.

경찰청은 21일 “울산에서 해외 배송된 노란색 우편물을 개봉한 사람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한 사건 이후 전국에서 해외 우편물 배송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이와 유사한 우편물을 수취하면 우편물을 개봉하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서 112로 신고하기를 바란다”고 알렸다.

21일 독극물 의심 우편물 소동이 일어난 서울 중앙우체국 정문. 현재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캡처

경찰청에 따르면 이 소포는 노란색 또는 검은색 우편 봉투에 싸여 있으며, ‘CHUNGHWA POST’라고 표시돼 있다. 발신인란은 비어 있고, 타이완 타이베이(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에서 발신된 것으로 적혀있다.

타이완에서 발신된 정체 불명의 노란색 우편물. 경찰청 제공

이날 오후 4시 6분쯤 명동 중앙우체국에서도 의심 우편물이 접수돼 우편물을 회수하고 내용물을 조사하기 위해 건물을 전면 통제하고 1700여 명이 대피했다.

또 이날 서울 서초우체국과 송파우체국에도 수상한 소포가 확인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이들 우체국에서도 직원과 이용객을 대피시키고 우편물을 회수한 뒤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대전, 제주, 경기 용인, 인천, 경남 함안 등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에 출동해 내용물 조사를 했다.

아직까지는 위험물은 확인되지 않고 있고, 소포 개봉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없다.

앞서 20일 오후 12시 29분쯤 울산 동구 서부동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원장과 직원 등 3명이 배달된 노란색 비닐봉지 소포를 열어본 뒤 어지럼증, 호흡곤란 등을 호소해 병원에 이송됐다.

지난 20일 국제 우편물을 열다 직원들이 쓰러진 울산의 한 복지지설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조사를 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제공

경찰은 간이검사 결과 방사능이나 화학 물질 등에 대한 특이점이 드러나지 않아 국방과학연구소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다만 경찰은 문제의 봉지에 별다른 물질이 들어 있지 않아 독성 기체에 의한 감염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

이들 국제 우편물이 이른바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브러싱 스캠은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가 판매 실적과 평점을 조작하기 위해 불법으로 얻은 개인정보를 통해 불특정인에게 물건을 발송하는 행위를 뜻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유사한 유형의 국제 우편물 반입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우본은 국내에 반입된 유사한 유형의 국제 우편물의 경우 안정성이 확인된 것만 배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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