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운전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경 상근부대변인이 19일 “직접 운전한 게 아니라 대리운전을 했다”, “이재명 대표에게 악영향을 미칠까봐 대리기사를 적극 수소문하지 못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유미 판사는 지난 15일 이 부대변인이 차량을 운행하던 중 이른바 ‘끼어들기’를 한 뒤 뒤차가 경적을 울리자 수차례 급제동을 하는 등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특수협박 죄를 적용,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는 경찰에서 직접 운전했다고 했다가 ‘대리 운전’이었다고 진술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해 법원은 거짓이라 판단했다.
이 판결문에 따르면 이 부대변인은 지난 2021년 11월 서울 영등포구의 도로에서 자신의 니로 차량을 운전하던 중 승용차 앞으로 끼어들었다.
승용차 운전자 A 씨가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켜자, 이 부대변인은 A 씨 차량 앞에서 수차례 급제동하며 피해자를 위협했다. 또 A 씨가 1차로로 차선을 바꿨는데도 그 앞으로 다시 끼어들어 여러 번 급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부대변인은 이날 친명 성향 유튜브 '새날'에 출연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현재 항소한 상태다.
이 부대변인은 이날 '새날'에서 "대리 운전을 했다"는 진술과 관련, "보통 여성 대변인한테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대리를 불러준다. 대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일 때 수입이 제로(0)인 반 백수라 제 돈 내고 대리를 안 부른다. 대부분 불러주면 묻어간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에서도 대리기사를 직접 부른 게 아니어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 어려웠다는 취지 주장이다.
블랙박스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엔 “블랙박스 메모리카드에 사고 당시 영상이 삭제된 상태였다”며 “메모리카드에 기간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블랙박스 기간이 짧다는 것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억울한 건 경찰에 수차례 제가 뭘 준비해야 하는지 물었는데 ‘그냥 와서 진술하면 된다’는 답변만 받았고, 그래서 몇 달 뒤 갔더니 메모리카드 빼는 방법을 알려줬고, 그때 가서 확인해보니 영상은 최근 것만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이 정도의 일이라면 곧바로 대처하게는 게 상례다. 왜 몇 달이나 지난 뒤에 갔는지가 명쾌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리기사를 파악하지 못 한 이유에 대해선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 대변인이었는데 제 개인적인 일이 퍼지면 악영향을 미칠까봐 적극적으로 하지 못 했다”고 했다.
이 부대변인은 경찰의 1차 조사에서 "직접 운전했다"고 말했던 것에 대해선 “경찰로부터 전화가 와서 ‘평소 니로 차를 누가 운전하느냐’고 물어서 ‘제가 운전한다’라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직접 운전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이 부대변인이 직접 운전한 게 아니고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한 차량에 타고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법원은 “운전업을 하는 대리기사가 보복운전을 하면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씨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 부대변인 측은 대리운전 기사의 연락처 등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자신이 직접 운전한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이 부대변인은 “기자 생활을 할 때 대리기사로부터 성추행을 여러 번 당했다”며 대리운전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보복운전을 하기 어렵다는 식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댓글들엔 "이 부대변인의 주장에 너무 많은 우연이 발견된다", "대리를 불러줄 정도면 가까운 사람일텐데, 그 사람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쉽게 그 대리기사를 찾을텐데" 등의 글이 이어지면서 논란도 증폭되고 있어 항소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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