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야욕을 막아라”…200년 중립국 스웨덴도 나토(NATO) 품에

임지연 승인 2024.02.27 08:05 | 최종 수정 2024.02.27 08:15 의견 0

“역사적인 날이다. 우리는 이제 나토(NATO)의 안보를 위한 책임을 함께 공유할 준비가 됐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26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26일 200년간 중립을 지켜온 스웨덴의 나도 가입 확정과 관련 "역사적인 날"이라고 평가했다. 스웨덴정부 홈피 캡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최근 유럽의 정치 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1914년, 1939년 발발한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미소 냉전을 거치면서도 200년간 비동맹 중립 노선을 굳건히 견지해 왔던 스웨덴이 이날 마지막으로 회원국 헝가리의 동의를 확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정식 합류하게 됐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우위를 점히면서 푸틴의 서진(西進) 야욕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데다, 나토를 경시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 대륙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대응 여하에 따라 발트해를 비롯한 북유럽과 동유럽 전선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신에 따르면 스웨덴이 26일(현지시간) 마지막 남은 헝가리의 최종 동의를 확보하면서 나토에 정식 합류하게 됐다.

스웨덴은 2년 전인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안보불안이 커지자, 같은 해 5월 1814년부터 200년간 고수한 비동맹 중립 노선을 폐기하고,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핀란드는 작년 4월 31번째 회원국이 됐지만,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운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어깃장으로 더 미뤄진 끝에 마침내 32번째 나토 회원국 지위를 얻게 됐다.

핀란드에 이어 200여 년 중립국 스웨덴이 26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정식 합류하게 됐다. 네이버 지도 캡처


나토가 새 동맹국을 받아들이려면 기존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앞으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초청으로 스웨덴이 나토 설립조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식 가입문서(instrument of accession)를 '나토 조약 가입 수탁국'인 미국에 기탁하는 형식적 절차만 이뤄지면 가입은 마무리된다.

이때부터 스웨덴은 나토 군사 동맹의 핵심인 ‘집단방위 제5조’를 적용 받는데, 이 조항은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합류하면서 나토와 접한 러시아 국경선은 기존보다 2배 가량 늘어나게 됐다. 더욱이 러시아 발틱함대의 대서양 진출 통로인 발트해가 ‘나토의 앞바다’로 바뀌면서 러시아는 상당한 안보 부담을 안게 됐다.

다시 말해 발트해와 접해 있는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발틱함대 본거지 칼리닌그라드가 각각 나토 회원국들에 의해 포위되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건, 만만치 않은 스웨덴의 군사력이다.

스웨덴의 병력 규모는 그동안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 온 탓에 현역과 예비군을 포함해 2만4,60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바이킹의 후예답게 해군력이 특히 강하다는 평가다.

1904년부터 잠수함을 운용해온 스웨덴 해군은 수심이 얕아 미국과 러시아의 핵잠수함이 활동하기 힘든 발트해 특유의 조건에서 기존 나토 회원국들이 보유하지 못한 노하우와 경험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주력 전투기인 사브 JAS 39 그리펜을 자체 제작할 정도로 항공 기술도 뛰어나며, 사이버전 수행 역량은 유럽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러시아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스웨덴은 군사비 지출을 확대하고 있고, 올해 나토 회원국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2% 수준까지 올릴 방침이다.

물론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 않을 태세다. 러시아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계기로 14년 전 폐지했던 모스크바·레닌그라드 군관구를 부활시킬 계획이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맞서 "영토 문제를 포함한 핀란드와의 분쟁은 20세기 중반에 해결됐고, 그동안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우리는 레닌그라드군을 창설하고 특정 부대를 그곳에 집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었다.

실제 러시아 매체 '로시스카야 가제타'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내달 1일 '모스크바 군관구'와 '레닌그라드 군관구'를 창설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두 군관구는 2010년 국방개혁 때 서부 군관구로 통합됐다가 이번에 부활한다.

이와 관련,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독일 주간지 벨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할 경우, 러시아의 공격이 다른 나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나토는 러시아와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수십년 간 계속될 수 있는 충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사이렌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