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재판부가 이 대표와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제1처장이 2015년 뉴질랜드 출장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한 판단을 두고 정치권과 온라인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 김 처장은 이 대표가 깊숙이 관련된 대장동 개발 고위급 실무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맨 오른쪽)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인 2015년 뉴질랜드 출장지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동규(가운데) 전 기획본부장, 고 김문기(뒷줄 맨 왼쪽) 개발사업 제1처장과 함께 촬영한 사진. SNS 캡처

서울고법 형사6-2부는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나온) 사진 원본은 10명이 한꺼번에 포즈를 잡고 찍은 것이므로 골프를 쳤다는 증거를 뒷받침할 자료로 볼 수 없고 원본 중 일부를 떼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조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국민의힘이 출장지에서 찍은 10명 단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4명만 나오게 확대한 것을 조작으로 볼 수 있고, 사진 찍힌 날 골프를 친 것도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네티즌과 정치권에서는 “과속 과태료를 부과할 때 번호판을 확대해서 보내는데 그럼 이것도 조작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2021년 12월 이 사진을 처음 공개한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26일 “졸지에 저는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속도위반 카메라에 찍힌 번호판은 모두 확대한 것이다. 확대한 사진은 모두 조작이라면 과태료 안 내도 되냐. 차라리 모든 카메라와 핸드폰의 줌 기능을 없애라”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라며 “CCTV(방범카메라)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인가”라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기사에서 클로즈업 사진을 쓰면 서울고법에서 사진 조작범이 될 수 있으니 쓰지 마시라”고 비꼬았다.

그는 “유무죄보다 중요한 게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했냐는 것”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재판에 설명 자료가 없다는 건 재판부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도 납득이 어려운 방법을 (무죄에) 썼으니 자료를 쓸 자신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사진을 확대한 것을 조작이라고 인정하며, ‘골프 발언’을 무죄로 한 것은 판사의 문해력을 의심케 한다”며 “많은 국민이 경찰이 확대된 번호판 사진으로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청구하니 내지 않아도 된다고 경찰을 비웃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개별 판사의 편향된 성향이 결국 기괴한 법리를 억지 창조했다”며 “대법원은 이 사건처럼 증거가 충분할 때는 파기 자판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기 자판’은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해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직접 판단해 파기 환송보다 법적 절차 시간이 줄어든다.

주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회의에서 이 대표의 2심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독특한 법리를 갖다 붙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진 '확대'와 '조작'을 엄격히 구분해서 써야 한다”면서 2심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을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실무자였던 고 김 제1처장이 뉴질랜드 출장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확대’한 것을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주 의원은 이 대표가 무죄를 받아 상고권이 없다며 “(이 대표 측이) 상고장 제출 기한 7일과 상고이유서 제출 기한 20일에 딱 맞춰 마지막 날에 서류를 내면서 재판을 지연할 수 있었지만 불가능해졌다”며 “검찰이 즉시 서류를 내면 27일 가까이 대법원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법리를 바로잡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대법원은 이 사건처럼 증거가 충분할 때는 파기 자판도 할 수 있다”며 조속한 판단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과속 과태료 딱지가 날아왔는데 제 차 번호판을 확대해서 보냈더라. 조작된 사진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댓글에는 “사진 확대는 조작이라는 선례를 남겼으니 과태료도 안 내도 되는 거 아닌가”, “확실한 판례가 있으니 과태료 내지 말고 소송하시라” 등으로 호응했다.

다른 네티즌은 “얼마 전 여성을 성폭행하는 모습이 세탁기 뚜껑에 비친 영상을 화질 개선해서 증거로 채택해 2심에서 징역 7년형을 받은 범죄자 있었지 않나? 사진 확대나 크롭(crop)이 증거 조작이라고 하니, 성폭행범도 대법원 상고해서 무죄 받을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