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일은 경칩(驚蟄)입니다.
24절기 중 3번째로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와 '봄이 온다'는 춘분(春分) 사이에 있는 절기이지요. 땅속의 개구리가 온기를 느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합니다.
중국의 고서인 한서(漢書)는 경칩의 단어 유래를 적고 있습니다. 본래는 계칩(啓蟄)이라고 했는데, 열 계(啓), 벌레 칩(蟄)으로 벌레가 나온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한(漢)나라의 왕 무제(武帝) 이름인 '계(啓)'와 겹쳐 '놀랄 경(驚)'으로 바꿔 지금에 이릅니다.
경칩 절기엔 이동성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해 날씨가 변덕스럽습니다. 천둥을 동반한 비도 내려 벌레들이 이 소리에 놀라 땅속에서 나온다고도 합니다.
간혹 꽃샘추위도 찾아와 "잠에서 깬 개구리가 얼어죽는다"는 말도 합니다. 일교차가 큽니다. 하지만 최근 며칠의 낮 날씨는 아주 포근합니다. 미세먼지도 강해 바깥 나들이를 삼가고, 나가도 마스크를 잘 써야 하겠습니다. 모레 전국에 봄비가 내린다는 예보입니다.
동의보감에는 '동면을 하던 동물은 음력 정월(1월)에 활동하기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경칩에 해당하며, 또한 음력 9월에는 동면을 시작하는데 절기로는 입동(立冬)에 해당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예기(禮記)나 월령(月令)에서도 “2월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때여서 이들을 챙기는 시기임을 뜻합니다.
또 성종실록(成宗實錄)에는 우수에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해 농사를 준비하는 절기로 삼았습니다.
지봉유설에서는 경칩 때의 개구리 울음으로 흉풍을 점쳤던 풍속을 소개합니다. 개구리가 울지만 소리가 나지 않으면 농사철에 가뭄이 오고, 개구리 소리가 나면 물이 많아 여름철 수해가 날 것으로 여겼다네요.
풍속도 여럿 있습니다.
한해 농사를 밭에서 자라는 보리 싹의 성장 상태를 보고 예측했습니다.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나 갓 자란 풀을 상하지 않도록 불을 금지하는 금령(禁令)을 내렸습니다.
또 이날 흙일을 하면 무탈하다고 믿어 벽에 흙을 덧바르거나 담을 쌓습니다. 흙벽에다 빈대가 방으로 들오지 못하도록 바르기도 했다고 하네요.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나무 재를 탄 물그릇을 방의 네 귀퉁이에 놓아두기도 했답니다.
조선시대 때는 경칩 날에 가을에 주워 간직한 은행을 연인과 나눠먹으면서 은행나무 주위를 도는 풍습이 있었는데 암수가 다른 은행나무는 붙어있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데서 비롯됐습니다. 지금의 발렌타인데이이나 화이트데이와 같은 날입니다.
옛날 농촌에서는 경칩이 지나면 연못이나 웅덩이를 찾아다니며 개구리나 도롱뇽이 낳아놓은 알을 건져다 익혀 먹었습니다. 이들 알이 허리 통증에 좋고 허약해진 몸을 보양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또 고로쇠나무(단풍나무, 어름넝쿨)를 베어 수액(水液)을 마셨습니다. 고로쇠 물은 위장병 등 속병과 성병에 효과가 있습니다. 경칩 때 이 물의 약효가 뛰어나고, 경칩이 지나면 물이 잘 나오지 않고, 나와도 약효가 적습니다.
경칩 무렵엔 냉이, 달래, 쑥 등을 먹으며 겨우내 부족했던 칼슘, 비타민, 섬유질을 보충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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