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인사에서 고검 검사급 보직으로 강등된 정유미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2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전날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대검검사급(검사장) 보직에서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보직인 대전고검 검사로 강등 발령한 것을 거부한 것이다. 발령일자는 오는 15일이다.
정유미 검사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취재진에게 대검 검사급(검사장)에서 고검 검사급(차장·부장검사)인 대전고검 검사로 강등 발령과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TV조선
정 검사장은 12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인사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출했다. 집행정지란 후속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처분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켜 놓는 것이다.
정 검사장은 “이번 인사는 명백히 법령을 위반한 불법, 위법적인 인사이기 때문에 이것을 수인(참고 받아들임)하고, 받아들이고 넘어가면 후배들을 위해서나 검찰을 위해서나 좋지 않은 선례 남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법으로 판단받고 불법과 위법 정도를, 경계를 넘나드는 이런 처분이 재발되지 않게 조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차라리 제가 뭔가 잘못한 게 있으면 징계 절차를 진행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사권의 껍질만 둘러쓰고 사실상의 중징계 처분에 거의 준하는 강등을 한 것은 비겁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정 검사장은 인사 배경에 대해 “지금 민주당이 시행하는 각종 검찰이나 형사사법정책, 소위 개혁 법안 제도에 제가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난해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킨 대검검사급 검사를 고검검사로 발령했다”고 했다.
앞서 정 검사장은 검찰청 폐지 정부조직법 개정,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등을 비판했다.
정 검사장은 인사 당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인사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모욕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법령을 지키는 거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차원의 법적 다툼을 좀 해볼까 한다”고 예고했다.
정 검사장은 소송에서 이번 인사가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강등을 하려면 사전 감찰이나 징계 등 근거가 있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소장에 적시한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령상 대검검사급 검사의 보직은 검찰총장, 고검장, 대검 차장, 법무연수원장, 대검 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법무실장·검찰국장·범죄예방정책국장 등, 지방검찰청 검사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으로 정해져 있다.
법무부는 검찰청법상 검사의 직급이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나뉘기 때문에, 검사장을 고검 검사로 발령하는 것은 보직 변경 개념의 적법한 전보 조처라는 입장이다.
이에 정 검사장은 검찰청법 30조를 근거로 위법성을 주장했다.
검찰청법 30조는 고검 검사, 지검 차장 및 부장검사, 지청장 임용 자격 요건에 관한 규정이며, 특정 직급(대검 검사급)을 제외하고 7년 이상 특정 직위에 재직한 사람 중에서 임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 전 검사장은 이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검사장급이 고검 검사로 좌처된 사례는 지난 2007년 3월 권태호 전 검사장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권 전 검사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서 서울고검 검사로 배치됐다.
정 검사장은 권 전 검사장이 비슷한 소송에서 패소한 것에 대해 "그분은 명백하게 비위가 있었고 징계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정 검사장은 1972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광주 대광여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대학 때 학생운동(자주파인 NL 계열)을 했다.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30기)을 수료했다.